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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암흑가의 무법자 「트리오」|밀수조직 주름잡던 허봉용·김점태·정상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여수지역의 밀수조직을 주름잡던 암흑가의 「트리오」 허봉용 (46) 과 김점태(49)가 15일과 16일 새벽 서울에서 검거되고 정상영도 17일 검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민들은 수사반에 대한 기대와 회의가 엇갈리는 착잡한 표정을 보였다.
『이번에는 그들의 후환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겠지』 『이제 줄초상을 당할 사람이 누구 누구일텐데…』 이들 「트리오」 의 관계와 어렴풋이나마 조직범죄의 내용을 전해듣고 있는 주민들은 제나름대로 해석을 해가면서 앞날을 점쳤다.
허봉용이 밀수계의 선배이자 「이즈하라」 특공대출신 김점태를 고문으로 앉히고 뒷골목깡패의 신예 정상형을 발탁, 밀수폭력단을 조직한 것은 5년 전 지역사회개발과 밀수근절에 앞장서겠다며 출발한 여수시정화위원회를 발족하면서부터

<김점태는 큰형 격>
당시 김점태는 자유당 시절 특공대 밀수로 벌어놓은 돈으로 「히로뽕」밀수출을 하다 실패, 빈털터리 신세였다.
단기 왕년의 깡패조직인 칠성 「클럽」의 「멤버」에다 최장기밀수경력자·최연장자란후광을 업고 후배 밀수꾼들로부터 「큰형님」 대접을 받아 초대회장으로 추대됐었다.
이즈음 허봉용은 세관근무시절 담아놓은 밀수 기술과 고리채 놀이로 돈을 모아 착실히 기반을 다져 밀수계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정상영은 혈기왕성한 청년깡패의 입문생이었다.

<2∼3년에 재산6억>
비상한 조직력으로 밀수왕국을 꿈꾸던 허봉용이 이들 두 사람의 이용가치를 인정, 김점태에게 자본을 댈 테니 손잡고 일하자며 유능한 행동대원 정상영을 소개했다. 오랜 경험으로 밀수선의 「오끼도리」 (분선작업) 명수에다 「비창」(밀수품을 숨기는 배 안의 비밀창고 설치의 전문가인 김점태, 날구뛰는 운반책 정상영에. 명수완가 허봉용의「트리오」로 조직된 밀수범죄는 순풍에 돛 단듯이 번창해갔다는 것이다. 곱절이 넘는 장사로 때돈을 버는 데다 높은 이자에 세금마저 없는 「놀이」(고리채)를 겸했던 허는 불과 2∼3년 만에 6억원대의 재산가가 되었다.
또 행동 총책 정상영을 중심으로 포악한 20여명의 「갈매기떼」 (부하) 를 풀어 수금하기 때문에 수급율 1백%의 고리채를 해 『여수바닥에서 허봉용의 돈을 떼먹는 것은 바늘 방석 위에서 「고고」춤을 추는 것과 같다』는 신화(?)를 창조했다.

<고리채 수금 백%>
돈 있고 수완있으니 관계기관까지도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게 현지 주민들의 물이. 이지역 기관장들이 바뀌는 때면 으례 허 등 유지들이 신임기관장과 술자리에서 한데 어울려 인사를 나눈다는 소문이 났고 이에 따라 여수에서는 허를 건드릴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돌아 그는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유능한 사건「브로커」까지 겸할 수 있었다.
이 틈을 이용, 김점태는 무역선 영일호를 사들여 선주가 되었고 정상영은 단수의 무법자로 자랐다.
적선지대의 고아출신으로 「나이트·클럽」의 지배인을 거쳐 허봉용의 오른팔이 된 미남청년 정상영은 여수시내 다방·술집의 여자들을 닥치는 대로 건드린다는 소문이 돌았고 유흥업소의 외상값은 안갚는 것이 예사였다는 것.
현재 정은 여수시내 각 유흥업소에 2백여만원의 외상 값이 밀렸으나 누구하나 그를 보고 『외상값 갚으라』는 소리는 커녕 『요즘은 왜 안오십니까』란 인사가 고작이라고.
이들 「트리오」는 여수시 교동 W다방을 「아지트」로 삼아 2층에는 도박장을 상설, 대규모의 도박판을 벌였으며 허는 도박을 하는 동안 요강을 갖다 대는 사람에게 2만∼3만원의「팁」을 주기도 했다는 것.
허는 사건 「브로커」로도 이름을 떨쳐 이미 전보된 검찰관계자와는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상영을 시켜 청부폭력을 행사, 여수시민이 다 아는 아신호의 7천만원 녹용밀수사건을 관계기관의 단속에 걸리지 않고 해결한 장본인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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