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가을별미(3)|성악가 김복희씨의 솜씨|더덕구이와 생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오늘아침 가을비가 내리는 속에 시장에 나가·잘생기고 미끈한 더덕 두 꼬치를 사왔어요. 잠깐 물에 담가 쓴맛을 조금 빼고 난 다음에 부드럽게 다져 양념을 해서 구우니까 가을의 향취가 물씬 온 집안에 번져나가는 것 같더군요.』 성악가 김복희씨(사업가 백선기씨 부인)는 즐겨 더덕요리를 가을식탁에 올린다.
「아빠는 물론, 이제는 장성해서 대학에 다니는 두 아이가 모두 더덕구이를 좋아해요. 심심하게 간을 해서 식탁에 올리면 불고기 제쳐놓고 한 접시가 잠깐이지요.』
무슨 특별한 요리법이라도 있는 것도 아니다. 갓 사온 햇 더덕을 미지근한 물에 담가 쓴맛을 때고 칼자루와 칼등으로 가볍게 두드린다. 잘 두드려 부드러운 것일수록 양념이 잘 배어 맛이 있기 마련이다. 양념은 불고기양념처럼 진간장에 파·마늘 다진 것·깨소금·후춧가루와 참기름을 넣고 고추장을 약간 넣어 만든다. 설탕 대신에 인공감미료를 약간 곁들이는 것은 가족 모두의 비만증 방지를 위한 김여사의 각별한 배려다.
『양념장에 무친 더덕을 석쇠에 얹어 굽는데 불을 잘 조절해야 돼요. 세지도 약하지도 않은 중간불에 몽긋이 구워야 향기가 사라지지 않지요.』
손님 접대용으로 더덕구이를 만들 때는 쇠고기와 긴 파를 함께 양념하여 대꽂이에 꿰어 굽는다.
더덕의 주성분은 탄수화물. 전체 5·7%가 탄수화물로 1백g의 열량이 무려 3백4「칼로리」나 된다. 그 외에 단백질(8·2%), 지방 (5·4%)의 함량도 높아 3대 영양소를 고루 갖춘 훌륭한 식품이다.
다른 채소와 마찬가지로「알칼리」성 식품. 소염제·건위·강장제 등의 한약재로서의 효능도 곁들여있다.『생 더덕을 길이로 찢어 오이채를 곁들여 양념을 하면 「더덕생채」가 되는데 입안에 감도는 향기가 그만이예요.』 스스로 『요리도 하나의 예술』 이라고 생각한다는 김여사는 만들어논 요리를 먹는 것 보다는 만드는 과정이 즐거워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 뛰어든다고 말한다.『노래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엉뚱한 결과가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나 요리는 정성을 들인 만큼 그대로 결과가 나타나는 정직한 것이예요. 그래서 저는 요리하기를 즐겨요.』 노래와 요리를 비유한 체험담 일석은 그럼직도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