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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야 할 추석 허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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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추석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추석은 고래로 농경사회에서 삶을 영위해온 우리 겨레의 전통적인 명절이다.
이날은 우리 조상들이 우순 풍조로 오곡백과를 무르익게 한 하늘과 땅의 무한한 섭리에 감사하는 한편, 농번기의 피땀 어린 노고에 대한 기쁨과 보람 속에서 맞는 가장 큰 명절의 하나였다.
이날을 당하여 사람들은 햅쌀과 햇곡식으로 송편을 빚고 전을 부치며 정성껏 음식을 장만하여 차례를 지낸다. 그리고 벌초·성묘를 하면서 조상들을 경모하고, 일가친척끼리 모여 앉아 격조했던 회포를 풀며, 이웃끼리 음식을 나눠먹으면서, 혈연적 지역적인 공동사회의 인간관계를 두터이 해나갔던 것이다.
그리고 남정들은 씨름판을 벌여 힘을 겨루거나 풍악놀이로 풍년을 노래했으며, 부녀자들은 시정 넘치는 달맞이 놀이로 규방의 한과 고독을 달래고, 애틋한 소망을 기원하기도 했는데 추석의 이런 미풍양속은 우리 전통사회에 면면히 계승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에 있어서는 우리 주변에서도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하는 가운데 이 목가적인 고유한 명절의 의의가 퇴색, 그 본래의 정신은 망각된 채 형체만이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시류는 이날을 오직 부정한 선물공세나 상납의 기회로나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상 추석명절이 요즘 와서는 이러한 사회적 부조리의 온상이 되고 있으며 보다 슬기로운 인간관계를 발전시키기 보다는 도리어 불화·갈등을 빚어내는 원인이 되고 있다면 지나치다 할 것인가.
이 같은 폐단은 근자 명절 바로 쉬기「캠페인」과 서정쇄신작업에 따르는 자숙 등으로 많이 시정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나 아직도 완전히 사라졌다고 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추석명절에 따르는 또 하나의 큰 악습은 분에 넘치는 낭비 성향이라 하겠다. 우리 겨레에겐 외화 내허에 치우친 생활을 해온 폐습이 있고 특히 명절 같은 때에는 허위허식의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할 것이다.
금년에는 심각한 불경기로 떠들썩한 추석경기는 없는 듯 하나 앞으로는 좀더 조용하고 검소한 추석이 생활화해야만 할 것이다.
더우기 우리가 처해 있는 어려운 상황을 깊이 인식하고 넉넉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생각하여 흥청거리지 말고 불우한 이웃을 돕는 일 등에 유념해 주었으면 한다.
따뜻한 가정이나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명절을 쓸쓸히 양로원이나 고아원에서 보내는 우리의 이웃에게 정성어린 위문품이나 음식을 갖고 위로하는 인정미담을 꽃피워주는 일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하는 것이 국민의 일체감을 조성시키는 일이요, 아름답고 뜻 있는 추석을 쉬는 일이라 할 것이다.
명랑하고 보람있는 추석이 되기 위해서는 명절을 앞두고 귀성객들의 편의를 도모하는 교통수단의 원활한 등원문제와 추석대목을 노리는 일부 상인들의 횡포, 추석 때면 으례 치닫는 물가고, 명절기분을 잡치는 치기배 등 여러 문제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하겠다.
끝으로 이번에 조총련계 재일 교포 추석 성묘단이 30년만에 모국을 방문한 일은 눈물겹도록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계기로 하루 바삐 남·북간의 1천만 이산가족들의 비원도 성취되어 서로의 안부나마 알고 맞는 추석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조국의 산하에 달이 뜨듯이 겨레의 가슴마다에도 밝은 달이 뜨는 8월 한가위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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