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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전세 임대소득 과세, 확대해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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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정부가 전세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의 3주택 이상 보유자뿐 아니라 2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도 과세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과세 원칙에 맞고 월세와의 형평성도 기할 수 있다”는 시각과 “세입자 부담을 늘리고 임대차 시장 안정화라는 목적에도 맞지 않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두 갈래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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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 형평성 높이기 위해 필요한 조치다

김선덕
건설산업
전략연구소장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다른 나라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차별화된다. 선분양으로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도 그렇고, 전세 제도가 존재하는 것도 그렇다. 과거 전세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임대차 제도였지만 2000년 이후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전세금을 그대로 두고 월세를 추가로 받는 반전세나 보증부 월세로 전환되고 있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고는 있지만 향후 10년 이후에도 전세는 일정 비율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는 수요자가 여전히 많이 있고, 전세가 필요한 공급자가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임대차 선진화 방안을 통하여 월세입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임대인의 동의와 관계없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그동안 거의 과세 사각지대였던 월세 임대소득에 대하여 과세 방침을 밝혔다. 또 며칠 후 보완 대책을 통하여 2주택자 월세 소득 2000만원 이하에 대해서는 2년간 과세를 유예하고, 2주택자 전세 간주임대소득에 대해서도 과세하기로 했다. 2주택 보유자의 전세 간주임대소득도 월세 소득자와 마찬가지로 간주 임대료 2000만원 이하 소득자는 분리 과세를 하고, 2000만원 초과 소득자는 종합소득 과세를 한다.

동일한 2주택자이면서 월세는 과세하고 전세는 과세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전세 임대사업자는 3주택 이상 보유자만 과세했으나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단, 기존에도 보증금 3억원까지는 과세하지 않았고 이를 초과한 금액의 60%가 과세 대상이었다. 이것도 자진 신고였기 때문에 그동안 얼마나 과세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전세 및 월세 임대소득 과세에 대해서 은퇴자 소득, 소규모 임대사업자 배려 등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소극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2010년 기준으로 임대차에 이용되는 주택은 우리나라 전체 주택의 45.8%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가구는 61.3%에 가까우나 실제로 자기 집에 거주하는 비율은 54.2%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임대주택 규모가 엄청난데도 그동안 임대소득에 과세를 하지 않은 것은 실질적으로 근거를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제 ‘과세자료의 제출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확정일자 자료가 국세청으로 가기 때문에 과세가 불가피해졌다. 사실 그동안 임대소득 과세 제도가 너무나 미비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은 것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월세나 전세 임대소득 과세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부문은 별개라고 본다. 형평성 차원에서 원칙이 제대로 서지 않으면 납부를 하는 가구만 불만이 쌓일 수가 있다. 차제에 주택과 준주택, 월세와 전세 임대소득에 대한 현실적인 검증 작업이 필요하고, 전세 과세 제외 기준인 전세 3억원 이하, 국민주택 이하 제외 등에 대해서도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2주택 이상 과세 원칙을 정한 이상 주택 유형 간, 전세·월세 등 주택 점유 유형 간 과세 형평성도 제고하면서 기존 임대사업자도 육성하는 묘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김선덕 건설산업 전략연구소장

세입자 부담 키우고 부동산시장 악영향 줄 수도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정부는 지금까지 과세하지 않았던 2주택 보유자의 전세 임대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나섰다. 세입자에게도 간소한 절차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이 있다”는 원칙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주택 관련 세금에 손을 댈 때에는 세입자와 소유자는 물론 부동산 시장 등 국가경제의 환경도 좀 더 면밀히 살펴야 한다. 이번 정부 조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당초의 임대차 시장 선진화 정책이 부동산 시장을 경색시킬 수 있는 조세정책과 맞물림으로써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부동산 정책으로서의 실효성도 의심스럽다.

 우리나라의 다주택 보유자는 약 136만 가구로 이 중 85%를 차지하는 115만 가구가 2주택자 보유자다. 이들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추가적으로 부담하는 세금을 향후 세입자에게 전가시키거나 월세액이나 전세보증금을 올리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보유한 주택을 매물로 내놓으려 할 것이다. 임대소득자였던 은퇴자 등은 자녀의 부양가족에서 제외돼 인적공제 등 세금 혜택이 줄어들게 되고 건강보험료 등도 올라갈 수 있다.

 아울러 세입자 부담은 오히려 종전보다 커질 수 있고, 부동산 시장 회복도 더디게 될 수 있다. 세입자의 경우 이번 조치로 세금 혜택을 많이 받을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본다. 정부에서는 세입자의 월세액에 대해 세금 혜택을 늘렸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세입자에게 실질적인 세금 혜택을 주는 것보다는 임대인에 대한 과세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근로소득자가 2012년에 총 1576만 명인데, 이 중 515만 명은 과세 미달자이고 505만 명은 총급여가 3000만원 이하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월세 세액공제가 확대되더라도 사실상 세금 혜택을 거의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는 주택 수에 따라 다르고, 상호 간 균형이 서로 맞지 않는다. 1주택자(기준 시가 9억원이 넘은 경우)와 3주택자는 임대소득의 크기에 관계없이 종합과세를 하도록 하고 있으나, 2주택자는 임대소득 2000만원을 기준으로 분리과세 혹은 종합과세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과세체계는 불합리한 면이 있으므로 주택 수의 구분 없이 임대소득의 크기에 따라 과세를 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의 부동산 시장 등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2주택자에 대한 과세도 너무 서둘러 시행하기보다는 경기회복 때까지 연기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이번 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은 전세와 월세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서민·중산층의 주거를 안정시키자는 데 그 목적이 있지만 사실상 세제 개편이 부각된 면이 크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당위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부동산 정책과 조세 정책을 펼 때는 세입자와 소유자의 사정을 면밀히 살펴서 이들이 국가 정책에 협력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