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선에 순용 노리는 「크렘린」-시나이 협정 이후 소의 대애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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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다트」「이집트」대통령의 반대파를 고무하기 위해 방송되는 「아랍」어 「모스크바」방송 내용은 분명히 「쿠데타」 분위기를 조장하려는 「이집트」공산당의 국내선전 활동과 이가 맞아떨어지고 있다. 「시나이」반도의 군 격리를 위한 잠정 협정이 더욱 가능성을 띠게 됨에 따라 소련과 대 중동 입장을 약화시킬 이 협정의 최종 타결을 방해하려는 소련의 의도는 더욱 굳어졌다. 이러한 「크렘린」의 의도의 핵심이 되는 전략은 「사다트」정권의 내부교란 활동이다.
1964년 「모스크바」의 지시에 따라 자진 해산했던 「이집트」공산당은 최근 행동 재개를 선언하고 지하조직을 통해 당 강령을 배포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선전문서는 지난달 해외공산당과의 관계를 담당하고 있는 소련 공산당 정치국 후보위원 「포노마레프」가 「시리아」를 다녀간 후부터 유포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문서가 「베이루트」의 한 신문에 보도되었을 때 공산당측에서는 그 진위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집트」공산당의 강령이 확실한 이 문서는 첫째 「사다트」와 「키신저」가 합작해서 성취시킨 「시나이」협정을 비난하고 「사다트」정책은 결국 「갑작스런 폭발」을 일으킬 것이니 그 때에 대비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상황에 이끌려 가지 말고 모든 사태의 기선을 잡으라면서 이 문서는 반동 우파 세력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파시스트」의 「쿠데타」가 있을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당은 투쟁의 모든 형태를 동원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다트」정권의 전복을 노골적으로 내세우는게 아니라 행동계획이 매우 치밀하다. 「시나이」반도의 부분적인 해결로 「아랍」세계가 기대하듯이 「이집트」와 「시리아」의 실지 회복이나 「팔레스타인」국가 건설이 조속히 이룩되지는 않으리라는게 소련의 견해다. 이 협정이 결국 깨질 것이라고 소련이 믿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런 사태가 빚어지면서 「사다트」정권은 소련 군사원조 거부로 약화되고 공산당이 「이집트」의 권력을 잡게 되기를 「크렘린」이 바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 문서는 「포르투갈」에서 공산주의자들이 괄목할 만한 세력으로 등장하도록 한두가지요인을 중요시하는 듯하다. 즉 군부의 「애국성향」과 이를 지원해온 공산주의자들에 대해 이 문서는 언급하고 있다. 이 문서는 아울러 현재 「이집트」에서는 정권 자체의 「메커니즘」을 제외하면 공산당이 「유일한 조직 정치 세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련 방송들은 부분 해결이 「팔레스타인」인민의 「합법적 권리」회복에 실패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정지 작업을 하고 있다. 동시에 「모스크바」방송은 「아랍」인들에 대해「사다트」가 그들의 이익을 배반했다고 시사함으로써 소련이 「팔레스타인」인민의 유일한 후원자임을 자칭하고 있다.
「크렘린」은 부분 협정을 파괴하고 「아랍」권을 궁극적으로 「모스크바」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하려하고 있다.
「모스크바」는 적당한 시기에 「이집트」공산당에 의한 급변이 일어나서 「사다트」정권을 넘어뜨리고 「카이로」에 좌만 정권이 들어서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소련의 무기공급이 재개되고 「사다트」한테 내 쫓긴 2만의 소련군이 다시 진주하게 되기를 바라고있다.
그렇게되면 「이집트」의 새 주인은 부분 협정을 포기할 것이고 「팔레스타인」은 소련의 보호아래 「팔레스타인」국 창설을 주장할 것이며 따라서 소련은 중동에 새 발판을 얻게된다. 「모스크바」의 잡지 『국제생활』은 서방측이 「크렘린」의 동기에 의혹을 품고 소련의 도움으로 창설되는 「팔레스타인」국은 불가피하게 공산국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을 괜한 걱정이라고 일축해 버렸다. 「팔레스타인」을 무조건 지지하는 「리비아」의 「가다피」정권도 소련의 계획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리비아」는 「사다트」의 말대로 소련이 약속한 거대한 무기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 그래서 「크렘린」은 역시 「사다트」가 예견한대로 20년이나 50년간 머무를 수만명의 기술자들을 「리비아」에 파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무기 협정은 「사다트」와 「가다피」가 한창 언쟁을 벌이고 있는 중에 체결되었다.
이 때문에 「사다트」는 자기에 대해 소련이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그럴듯한 우려를 하고 있다.
「가다피」의 「사다트」에 대한 증오는 그의 「테러」단체에 대한 무책임할 정도의 지지에서 보여주었듯이 아주 대단한 것이기 때문에 그는 「사다트」의 뒤통수를 치는 계획에 쉽게 참여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다피」의 대「사다트」공격과 「이집트」내의 공산 봉기 및 중동 전역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테러」활동이 서로 협조적으로 일어날 경우 「키신저」가 만들어 놓은 연약한 협정을 깨버릴 수 있을지 모른다.
중동을 장악하기 위해 지난 20년간 끊임없이 음모를 꾸며온 「크렘린」이 「키신저」가 승리의 월계관을 가져가는 것을 그냥 앉아서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헤럴드·트리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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