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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 이대로 좋은가(상)-무역불균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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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년 제의 휴면에서 깨어나 오는 15일 열리는 제8차 한·일 각료회의를 앞두고 양국 실무자 회담이 4일부터 일본 동경에서 열린다. 호혜 원칙에 입각한 국교 재개와 경협 강화가 시작된지 10년 동안의 한·일 경협관계를 돌이켜보고 현실을 진단하면서 시급히 시정되고 해결돼야할 문제들이 무엇인지 무역문제·자본협력·기술분야별로 나누어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한·일 양국의 경제관계가 형평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도 무역관계의 균형이 선결돼야 한다.
만약 무역 불균형이 계속 된다면 부의 이동이 한쪽으로만 쏠려 입초국은 점점 궁핍화되고 출초국은 점점 살찌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일간의 무역관계는 65년의 국교 정상화 이후는 물론 그전부터도 전통적으로 이런 현상이 계속돼 왔다.
이제는 일본측이 GNP 순위로 세계 3위를 기록 함경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만큼 그 동안 누적돼 온 불균형 문제를 시정하는데 적극적인 성의를 보여야할 때인데도 오히려 올해들어서는 더 악화되고 있다.
국교 정상화 이후 무역 역조폭이 한때(68년)1대6·2까지 확대됐다가 72년부터 축소경향을 보여 73년에는 1대 1·4까지 내려가기도 했으나 작년에는 1대 1·9, 올해 상반기는 1대 2·6으로 다시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측이 그동안 무역 불균형 시정 문제보다 주요 정책사업을 중심으로 한 자본 도입의 확대 등에만 경제 외교를 치중해왔던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일본측이 무성의하게 한국을 하나의 수출시장으로만 생각해 온데 더 큰 책임이 있다.
일본 내부에서도 수입에 대한 억제 정책이 인근 궁핍화를 가져온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그들의 정치적인 국내문제에 얽혀 오히려 최근에는 대한 수입규제를 강화하고있다.
중공과 국교 정상화를 하면서 무역확대를 도모키 위해 작년부터 생사 수입을 규제하기 시작하더니 올해들어서는 견년사 수출규제를 요청, 자율규제를 하도록 만들었고 현재도 「쓰무기」, 「다랑어」 등의 수출 자율 규제를 계속 요청 중에 있다.
「쓰무기」경우 일본의 대한 수입 의존률이 7·7%(73년)에 불과하고 금액으로도 1천만「달러」를 조금 넘는 정도인데 주산지인 「오오시마」지방 하나만의 문제로 한국에 대한 수입규제가 거침없이 논의되고 있다.
좀더 거시적으로 보자. 우리의 침일 수출입 의존률은 74년 현재 수입 의존률이 38·3%, 수출 의존률이 30%에 이르고있다.
수출입 모두 30%를 넘는 대 시장으로서의 일본이라는 존재는 그들의 움직임 하나에 따라 우리가 얼마나 큰 영향을 받는가를 반증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측으로 봐서는 74년 현재 대한 수입이 총 수입의 2·5%에 불과하고 대한 수출은 4·7%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수출입 의존률 모두가 5%미만이고 특히 대한 수출 비율이 수입비율의 거의 2배에 이르고있다.
누가 더 아량을 베풀어야할 것인지는 명백한 것이다.
한때 우리는 일본의 대한 수입을 촉구하는 뜻에서 대일 수입의 사전 승인제를 실시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일본측의 강력한 폐지 요구와 우리의 대일 수출입 의존률의 과다 때문에 곧 무산되고 말았다.
하지만 일본이 취하고 있는 대한 수입 규제는 거침없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우리의 대일 수출입 의존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일본 경제에 대한 한국의 기여률이 높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는데 최근의. 한·일 무역관계는 대일 수출의 부진을 주축으로 의존률이 낮아지고 있다.
일본은 올해 수입 전망을 당초의 7백25억「달러」수준에서 13·1%가 줄어든 6백30억「달러」로 잡아 작년보다는 1·5%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우리의 대일 수출은 7월말 현재 작년 동기 수준의 70%에 불과, 오히려 감소됐다. 일본 수입 증가율마저 우리의 수출이 따르지 못해 대일 무역 역조는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품목별로 보면 섬유류가 작년동기 수준의 62%, 합판 32·7%, 신발류 36·2%, 합성수지 제품 25·3%로 주요 공산품이 극히 부진하고 다만 원양어류·오징어·냉동 수산물들만 호조를 보이고있다.
그나마 이같은 수산물은 일본 수입의 50%이상을 차지하는 수출 품목들이기 때문에 특혜관세의 혜택마저도 받지 못한 채 일본 사람들의 구매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들이다.
한마디로 해서 한·일간의 무역관계는 국제 분업의 이점을 살려 균형화가 이루어져가고 있는 단계라기보다는 아직도 일본경제에 예속화돼 있는 것에 불과하다.
상호 균형화가 모색되지 않고 일본의 이익만을 추구해서 한·일 무역 관계를 이끌어 간다면 일본은 「가깝고도 먼 이웃」으로 계속 남게 된 것이다. <이종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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