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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유형별로 살펴본 동기와 방지책 |금전요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훔치고 때리고 욕하고 죽이는 사회지만 죄 없는 춘자만은 반드시 돌아 올거라고 우리는 기다렸는데…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도록 네머리 맡에 영원한 자장가를 보낸다.』
지난67년7월 자동차수리공 김경태(22)등 3명에 유괴살해된 박춘우군(7·당시 진주교대부속국교1년)의 위령제에서 급우들이 목메어 읊은 조사는 어른들의 배금주의에 희생되고 있는 어린이들의 절규이기도 했다.
범인 김은 가난한 생활을 항상 비관, 공장주인 박종복씨(51·당시경전여객사장)의 아들 춘우군을 유괴, 모래사장에 생매장한 뒤 현금3백만원을 요구하다 검거됐었다.
절도·강도와 함께 남의 재물을 부당하게 빼앗는 방법으로 약한 어린이를 볼모로 이용하는 유괴는 오래전부터 있어온 범죄. 게다가 우리사회에 만연된 황금만능사상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돈만 벌면된다는 그릇된 가치관을 낳아 금품을 위한 유괴법이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해마다 몰아치는 「바캉스」열풍은 청소년들의 방탕심리를 자극, 「바캉스」자금등을 마련키위한 청소년들의 유괴사건도 크게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7월26일 「폴크스바겐」승용차를 빌어 서울서대문구성산동21의25 정병기씨(40)의 3남 헌군(4)을 유괴, 1백65만원을 뜯어냈던 임경수(25)·유인종(24)은 세상을 쉽게 살려는 찰나주의에 젖어 있었다.
대학을 중퇴한 이들은 기원·당구장등 유흥장을 전전하며 무료하게 지내다 평소 배워 익힌 운전솜씨로 피서지를 돌며 「스피드」를 즐기려고 유괴극을 꾸민 것.
인격의 형성과정에 있는 사춘기 청소년들은 현실과 이상의 차이에서 오는 좌절감 때문에 어처구니 없는 유괴살인극을 벌이기도 한다.
67년6월 전남순천시중앙동 이정오씨(당시 철도병원장)의 맏아들 상범군(7)을 유괴살해한 정모군(19)은 「시나리오」작가지망의 문학소년.
범인 정군은 목공일을 하면서 취미삼아 틈틈이 「시나리오」를 써보며 연예계에 투신하기로 작정했으나 얼굴이 곰보여서 항상 고민하다가 어린이를 유괴, 성형수술비용을 마련하려 했던 것.
정군은 자신이 쓴 「시나리오」가 빛을 보지 못하자 상범군을 유괴, 목졸라 죽여 매장한뒤 30만원을 받아내 상경, 곰보성형수술을 받다 검거되었다.
금품을 노리는 유괴범들은 대부분 가난과 억눌린 생활을 혐오, 일확천금의 도구로 죄없는 어린생명을 쉽게 짓밟아버린다.
지난17일 지방의 모고아원을 뛰쳐나와 무작정 상경한 고아 김모군(16)은 장사밑천 마련을 위해 서울동대문구용두동 강성원씨(34)의 장남 형석군을 유괴살해 했으나 강씨는 방 하나를 세들어 사는 가난한 형편이었다.
이같은 사건이 빈발하는데 대해 관계자들은 『이 세상에서 돈만이 제일이 아니다』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정신문화를 숭상하며 생명을 중히 여기는 사회풍토를 이뤄야 한다고 말한다.
이같은 사회분위기 조성과 함께 또 예방경찰, 수사경찰의 보다 적극적인 활동이 아쉽다는 것.
그 어느 경우라도 어린생명은 보호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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