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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폭행 사실상 면죄부" 선수들, KLPGA에 뿔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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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기운이 빠지고 허탈해진다. 실력보다 연줄이 통하는 세상이 바로 여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투어 3년 차 A선수)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 대한 선수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K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선수와 가족들은 음주운전에 이은 경찰관 폭행으로 물의를 빚었던 이정연(35) 선수에 대해선 슬그머니 징계를 완화하고, 장기적인 발전보다는 눈앞의 이익을 보고 중계권 계약을 한 KLPGA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해외 전지훈련에서 속속 복귀한 선수들은 협회에 관한 소식을 접하고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선수들은 불이익을 걱정해 익명으로 의견을 밝혔다. 중견 골퍼 B선수는 “음주운전 파동으로 KLPGA 전체를 부끄럽게 만든 선수에 대해선 더 강한 징계를 하는 게 맞다. 선배 언니라서 말을 못하지만 솔직히 영구제명 서명운동이라도 벌이고 싶었는데 징계를 줄여줬다고 해 놀랐다”고 말했다. C선수는 “지난해 경기 도중 사소한 문제로 협회 경기과 직원과 시비가 붙은 한 선수의 아버지는 1년 징계를 받았는데,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해놓고 고작 3개월 징계 처분이라니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D선수는 “이정연과 친한 선수들이 법원에 탄원서를 내자고 해서 거부했는데 협회 자격정지 징계가 슬그머니 2년에서 3개월로 줄어들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협회 집행부와 말다툼을 벌여 3경기 출장정지를 받은 최혜정 선수와 비교하면 납득할 수 없는 징계 수위”라고 했다. G선수의 아버지는 “무혐의라면 몰라도 법원에서 벌금형을 받았다면 합당한 징계를 하는 게 당연하다. 밀실에서 슬그머니 3개월로 줄여준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시청률과 투어의 미래를 고려하지 않고 한 방송국에만 중계권을 판매한 결정에 대해서도 불만이 높았다. E선수는 “올해 경제 상황이 나빠 일부 선수는 스폰서도 없이 경기를 뛰게 됐는데 두 방송사에서 중계하다 하나로 줄면 내년엔 더 어려워질 것 같다”면서 “이런 협회 행정을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할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C선수는 “KLPGA가 어렵게 성장했는데 이런 일들 때문에 인기가 하락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한편 KLPGA는 14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사업 결산 및 임원 선임 등을 논의하는 정기총회를 연다. KLPGA는 이정연 선수의 징계 완화 등에 관한 입장도 밝힐 예정이다.

이지연·김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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