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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집단 안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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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아시아」 집단 안보 문제가 거듭 대두되고 있다. 소련은 1969년이래 잊혀질만하면 한번씩 이 문제를 꺼내 놓는다. 이번엔 「타일랜드」주재 소련 대사에 의해 다시 거론이 되었다.
1969년 「브레즈네프」에 의해 세계 공산당 회의에서 제창된 그 구상은 『무력 불 행사』, 『국제 분쟁의 평화적 해결』, 『주권과 민족 자결권 존중』, 『영토 불가침·내정 불간섭』, 『천연자원의 주권 존중』, 『경제·사회 정책의 권리 존중』 등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 골자만 보면 해묵은 『「반등」10원칙』이나 중공에 의해 제창된 「아시아」 비핵지대 창설 안』, 또는 『동남 「아시아」 제국 연합』 (ASEAN)의 중립화 구상 등과 엇비슷한 인상을 준다.
「아시아」 여러 나라의 반응은 의외로 「델리키트」하다. 『원칙은 지지하지만…』하는 언조엔 긴 꼬리들이 달려 있는 것이다. 우선 소련의 웃는 얼굴 뒤에 숨은 또 하나의 얼굴들을 저마다 이해 상관에 따라 여러 가지로 억측하고 있는 것 같다. 인도·「뱅글라데쉬」 (혁명전)·「이란」·「이라크」·「시리아」는 그나마 귀를 기울이는 것 같다. 그러나 동남 「아시아」쪽에선 냉담한 얼굴들을 보여주고 있다.
흥미 있는 사실은 이 제의를 사이에 놓고 있는 중공과 소련의 표정이다. 「브레즈네프」는 73년 늦가을 「모스크바」에서 열렸던 「평화 세력 세계 대회」에서 『…「아시아」의 안전 강화를 추구하는 조치 속에 중공의 참가를 소련은 환영한다』고 공언했었다.
그러나 중공의 반응은 한마디로 『노·댕큐!』였다. 아니 그런 정도를 지나 욕설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중공 고립화를 획책하는 소련의 음모』라는 것이다.
주은래 수상은 『사회 제국주의는 새로운 반 중국 (공) 군사 동맹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은 아직 공식적인 견해를 표명한 바 없다. 미국의 기본 입장은 「아시아」의 균형을 현상대로 두자는 쪽이다. 영국의 「타임스」지도 『집단 안보 체제라는 극히 막연한 구상은 지금과 같은 복잡한 정세 아래서는 적당한 정책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이 문제에 이해 관계가 두드려진다. 일본의 북방 영토 중 일부가 2차 대전 이후 소련의 수중에 들어가 있는 현상에서 현 국경의 고착은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다.
소련의 의중은 그럼 무엇일까. 그것은 「아시아」의 『포화적 진공』 상태 (소「이즈베스티야」지의 표현) 속에 중공을 제압하고 소련의 기반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 평론가 「설즈버거」는 「뉴요크·타임스」지를 통해 『남쪽으로부터 중공을 우회 공격하려는 것』이라고 소련의 의표를 찔렀었다.
결국 소련과 중공의 각축은 불가피한 것 같다. 「유럽」이 20년만에 「안보」를 구축한 것과는 너무도 판이한 상황이다. 「아시아」의 지도는 아직도 「잉크」가 마르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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