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유괴, 뿌리 뽑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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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어린이 유괴 사건이 최근 다시 꼬리를 물고 일어나 자식을 가진 부모들을 불안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더욱이 유괴범의 대부분이 10대 소년들이라는 것과 그 범행 동기가 주로 용전이나 장사 밑천 마련에 있다는 것은 청소년들 사이에까지 팽배한 인명 경시의 풍조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인간의 생명과 존엄에 대한 일체의 잔학 행위는 인류 양심에의 적대 행위다. 특히 인생의 꽃봉오리인 천진무구한 어린 생명에 대한 유괴 등 잔학 행위는 어느 사회에서나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가장 악질적인 범죄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서 어린이 유괴 사건이 예사처럼 일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사건 자체가 흐지부지 된 채 영구미제 사건으로 끝난 경우가 허다하다.
근자의 몇 가지 실례만 하더라도 자식을 가진 모든 부모들의 간장을 태우게 했던 「두형이 사건」을 비롯하여 인천의 정상영·남태민 두 어린이 사건, 서울의 최현우군 유괴 사건 등은 이미 5년이 되었는데도 단서조차 못 잡은 채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밖에도 서울 창천동 김대현군과 이종찬군은 유괴된지 각각 1년2개월과 1년이 됐고, 충주의 문진식 어린이와 전남 나주의 명재응군은 실종된지 각각 5개월과 4개월이 되었는데도 생사마저 확인되지 못하고 미궁에 빠져 버렸다. 부산의 김상범군 사건은 김군의 시체를 찾았을 뿐 범인은 잡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 일어난 서울 갈현동의 승재군 살해 사건도 3개월이 되었으나 수사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한심한 실정이다.
이 같이 어린이 유괴 사건은 유괴 어린이의 구출은 물론, 그 검거율마저 전무에 가까울 정도로 부진, 수사의 맹점을 드러내고 있는데 이는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는 것이다.
비정한 유괴범에 의해 희생되는 피해 어린이는 4세에서 6세까지가 대부분이며 저항할 힘도, 도망할 능력도, 죽음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철부지요, 피어 보지도 못한 인생의 꽃봉오리다.
따라서 어린이 유괴 살인범에 대한 사회적 증악와 분노는 여타의 강력범이나 파렴치범에 비할 바가 아니며, 그 근절을 위해서는 국가의 전수사력이 동원되어 어김없이 범인을 검거하고 일벌백계의 준엄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만 가능한 것이다.
아무리 용전이나 장사 밑천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또 아무리 사무치는 원한이 있다 할지라도 아무 잘못도, 죄도 없는 천사같이 순진한 어린이를 돈벌이와 보복의 도구로 이용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금수와 같은 소행이다.
그러나 실상 그런 죄악을 저지른 유괴범이 얻는 소득은 과연 무엇이겠는가. 유괴로 인한 일확천금의 목적 달성의 확률은 불과 3%미만이고, 97%이상은 실패하고 만다는 것을 통계 숫자도 가리키고 있지 않은가. 성공하지도 못할 범죄로 인해 끔찍한 살인범이 되어 일신을 망칠 뿐 아니라 한 남의 가정을 비탄과 불행의 구렁텅이로 빠뜨리고 말지 않는가. 설사 만의 일로 성공했다 하더라도 한 생명의 목숨 값으로 얻은 그 저주받은 돈으로 무슨 일이 잘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유괴범들의 대부분이 10대 소년이라는 이 충격적인 사실에 주목하여 비행·범죄 소년들에 대한 부단한 사회 교육적 노력이 경주되어야만 할 것이다.
거듭 강조해야 할 것은 어린이 유괴 사건에 대해서는 범인 검거에 최우선권을 주어 유괴범은 반드시 잡히고 만다는 인식을 깊이 심는데 주력해야 한다.
경찰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어린이 지키기」에 힘쓰는 한편 범인 추적에 적극 협력하여 우리의 사망하는 어린이를 유괴범의 마수에서 보호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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