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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회''장터'로 주민 화합 … 자생군락지 보존, 생태학습장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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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천안시 불당동 대동다숲 아파트 입주민들이 최우수 관리단지 인증 현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모두 비슷해 보이는 아파트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모두 똑같은 것만은 아니다. 천안시 불당동 대동다숲 아파트가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동네로 인정받았다. 전국 공동주택 가운데 아파트 관리 최우수 단지로 뽑혀 얼마 전 현판식을 했다. 국토교통부가 아파트 입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공동체 생활을 활성화하기 위해 전국 각 시·도에서 추천받아 선정(최우수 1개 단지, 우수 4개 단지)했다. 특색 있는 대동다숲 아파트만의 비결은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천안에서 불당동은 서울의 강남과 같은 곳이다. 천안시청이 옮겨온 뒤로 불당동은 천안에서 주거 여건이 가장 뛰어난 곳으로 꼽힌다. 인근에는 초·중·고를 비롯해 종합운동장·봉서산·KTX천안아산역·갤러리아센터시티점 같은 교육·행정·교통·문화시설이 집중돼 있다. 좋은 아파트 단지로 평가받으려면 주변 환경도 좋아야겠지만 입주민들의 공동생활 자세가 중요하다. 주민들이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아파트의 삶의 질과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

아이들이 단지 안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모습.

다양한 문화행사 가득

주민들이 마련한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대동다숲 아파트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돈을 들이는 문화행사와는 다르다. 주민들이 참여해 꾸미는 ‘대동 작은음악회’를 비롯해 녹색에너지장터, 대동다숲 한마당 잔치, 중앙광장 소나무 막걸리 주기 행사를 통해 해마다 주민 화합과 소통의 자리를 마련한다.

 부녀회는 지난 설날에 주민들을 위한 잔치를 열었다. 설날을 맞아 고향을 찾은 사람들과 주민들이 공터에 모여 떡국을 나눠 먹었다. 부녀회는 떡국을 300인분 준비했다. 이 행사는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설날을 집에서 보내는 주민들은 가족끼리 공터로 나와 이웃과 함께 떡국을 먹으며 정을 나눴다. 주민들은 명절이면 홀로 남은 어르신을 위한 이벤트도 마련한다. 자녀를 둔 주민들이 노인정을 찾아 세배를 드리며 덕담을 주고받는다.

 김진숙(52) 부녀회장은 “매년 성금을 모아 진행하는 불우이웃돕기, 인근 불당천 환경정화활동을 비롯해 주민들이 모여 사골을 우려내 정성껏 마련한 떡국을 먹으며 정을 나누는 모습은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대동다숲 아파트만의 자랑”이라며 “해마다 동네 어르신을 비롯해 주민들이 하나가 돼 정을 느끼고 소통하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태·교육·건강한 동네

2009년 대동다숲 아파트 주민이 된 이송미(42)씨는 매년 두 자녀를 관리사무소에서 진행하는 시설물 견학 프로그램에 참여시킨다. 2년 전 변압기 고장으로 아파트 정전 사태를 겪은 뒤 관리사무소와 주민들이 단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만든 교육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평소엔 굳게 닫힌 주요 시설물을 둘러보며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서 전기실·기계실의 기능과 비상상황 대처 방법을 배우고, 전기 절약의 필요성을 깨닫는다. 또 정수시스템이 가동되는 물탱크실과 보안실·승강기·지하주차장을 견학하면서 물 절약, 안전의 중요성을 깨우친다.

 단지 안에 조성된 다양한 식물 자생군락지를 보전관리해 교육의 장으로 활용한 점도 볼거리다. 자생군락지에는 질경이·뱀딸기·제비꽃·토끼풀·돈나물 같은 10여 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어린이들을 위한 생태학습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관리실은 봄과 여름이면 주민들로부터 재능 기부를 받아 아이들에게 정기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안전하고 건강한 마을을 조성하기 위한 활동도 눈에 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든 자율방범대가 야간시간에 아파트를 순찰하며 범죄 예방과 학생 선도 활동을 펼친다. 주민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강좌도 진행한다. 관리직원·보안요원·환경미화원이 가장 먼저 교육을 받았고, 주민들 대상 강좌도 열어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단지에 자동심실제세동기를 갖춰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했다. 자전거 타기 활성화를 위해 보관대를 증설했고, 단지 안 자전거 수리센터에서 무상 수리를 해준다. 이런 노력 덕에 대동다숲 아파트는 몇 년 전부터 이미 외부 기관들로부터 살기 좋은 주거공간으로 인정받아 왔다. 녹색시범아파트·금연아파트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아파트 가운데 최초로 서비스업 제1호 위험성 평가 우수사업장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글=강태우 기자 , 사진=프리랜서 진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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