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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랑’ 파산 후 응급시설 공백 … 천안으로 원정진료 큰 불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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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한사랑아산병원이 문을 닫은 지 1년이 되도록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프리랜서 진수학

아산시엔 종합병원이 없다. 밤중에 응급환자가 생기면 천안까지 원정진료를 가야 한다. 유일하게 응급진료시설을 운영하던 한사랑아산병원이 지난해 4월 경영 악화와 내부 갈등으로 문을 닫은 이후 1년이 다 되도록 이 같은 불편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아산시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2011년 말 인구 25만~35만 명의 전국 14개 시에 총 32개소의 종합병원이 있다. 1개 시에 2.2개소꼴이다. 하지만 인구 30만 명을 넘어선 아산시엔 한 곳도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같은 해 발표한 지역별 의료통계를 보면 충남 도내 시·군 의료기관의 입원 환자 중 관내 주민 비율은 천안 70.2%, 공주 54.2%, 아산 39.8%로 집계됐다. 아산의 관내 환자 입원 비율이 인접도시에 비해 크게 낮다. 충남지역 평균 62%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난다. 비교적 증세가 약한 환자는 관내 의원을 이용하지만 중증환자는 대부분 천안 또는 서울에 있는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아산시가 외부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자료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가벼운 질병이나 간단한 검사는 관내 의원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29.3%로 천안에 있는 병원을 이용한다고 답한 15.9%보다 높았다. 하지만 중증 질병이나 복잡한 검사 땐 천안의 병원을 찾는다는 응답(36.6%)이 아산 관내 의원을 이용한다는 답변(21.2%)보다 많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일반 환자들뿐이 아니다. 아산소방서에 따르면 아산이 아닌 천안이나 타 지역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한 환자가 해마다 전체 응급환자의 50%를 넘나들고 있다.

병상 수 부족도 문제다. 아산시 자료를 보면 관내 병·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모두 1337 병상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중 949병상은 3개의 정신병원에서 확보하고 있는 병상이다. 이를 제외하면 아산지역 일반 의료기관의 병상은 388개에 불과하다. 이는 서산시나 당진시·예산군보다 못한 수준이다. 아산시 조사용역 결과에서도 최소 300병상 이상 규모를 갖춘 종합병원 건립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문제는 돈이다. 아산시는 토지와 건축비를 투자해 종합병원을 건립하고 민간에 위탁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지만 토지매입비를 제외하고도 최소 6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돼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천안의 한 의료재단이 아산신도시에 의료기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원도심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어렵고, 병원 간 과당경쟁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확인 결과 이 의료재단은 2010년 3월 아산시 배방읍 장재리 설화중 인근에 토지 9537.8㎡를 매입했다. 이 의료재단은 2017년 개원을 목표로 이곳에 3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원도심인 온천2동에 사는 김모(46·여)씨는 “천안에 인접한 아산신도시에 들어서는 종합병원의 경우 원도심 주민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하다. 아산신도시의 경우 이미 주변에 최첨단 의료시설을 갖춘 대형 병원이 많아 원도심에 병원을 건립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안의 한 부동산투자 전문가는 “천안시와 아산시 경계 지역인 아산신도시에 300병상 규모의 병원이 들어설 경우 공급과잉으로 인한 과당경쟁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천안의 의료재단이 아산신도시에 신축할 병원은 2017년에나 문을 연다. 아산의 응급의료시스템은 당장 시급한 과제다. 300병상 규모였던 한사랑아산병원 건물을 활용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관광숙박산업 활성화 방안을 보면 의료와 숙박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하고 시설지원도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민관이 협력해 추진위원회를 만들거나 협동조합 형태로 온양온천·도고온천·아산온천 등과 연계해 ‘메디텔 사업’을 구상해 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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