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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습은 아직도…(5)|광복30년·∵이젠 씻어야할「혼돈의 잔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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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흰쌀밥 한번 실컷 먹어 봤으면』-. 대학 나온 학사며느리 손끝에「토스트」몇 쪽과 우유 한잔으로 아침밥을 대신한 A노인이 영양식으로 차린「메뉴」에 식상 (식상)해 하는 말.
이 노인은 광복30년 동안 현대와 바람으로 양복을 입고「맨션·아파트」에 살면서도 하루 세번 끼니만은 흰쌀밥으로 배를 채우지 못하면 허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A노인은 누가 뭐라 해도 구첩반상을 차리고 흰쌀밥을 먹는 것이 의젓하고 만족스런 식생활이라고 믿고있다.
수요일과 토요일 1주일에 이틀씩 정해진 무미일(무미일)이면 잡곡밥 밑에 흰쌀밥을 감춘 이층밥 도시락이 각 직장에 심지어는 관가에까지 판을 치고 솥밥파는 뒷골목 무허가 음식점이 한몫을 본다.
빵류의 간단한 「메뉴」로 아침식사를 때운「샐러리맨」들도 점심때는 굳이 흰쌀밥을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듯.
L씨집의 가정부 S양(18)은 학교에서 학생들의 도시락 조사를 시작한 뒤부터 아침마다 밥을 두번씩 짓느라고 바쁜 일손이 더욱 번거러워졌다.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의 도시락용으로 잡곡밥을 짓고 또 식성이 까다로운 나머지 식구들을 위해 쌀밥을 따로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쌀밥편식은 끈질기게 벌여온 정부의 혼 분식 장려 노력에도 아랑곳 없이 시정될 기미를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는 식생활의 고질.
서울시 양정 담당관K씨는 『해마다 쌀 소비량이 중산량을 앞질러 아무리 애써도 수요공급이 균형을 이루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K씨에 따르면 68년의 서울시민 l인당 쌀 소비량은 1백26·5kg(전국평균치)이던 것이 69년에는 1백27·2kg, 70년에는 1백37·5kg, 그리고 71년 에는 1백42·4kg으로 3년 동안 13%가 증가 했다는 것.
이 기간동안 쌀 증산실적은 거의 제자리걸음만 되풀이하고 있는데도 71년을「피크」로 72,73년에는 쌀 소비량이 다소 줄었으나 74년부터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 l인당 1백31kg을 소비해 73년(1백23kg) 보다 6·5%인 8kg이 늘어났다.
쌀밥을 주로한「메뉴」가 혼분식 위주의 식만보다 영양가가 낮고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학계에서도 오래전부터 지적된 사실.
한국영양학회에 따르면 쌀에는「비타민」이의 합량이 극히 적고 쌀의 전분은 식염을 많이 빨아들여 고혈압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
뿐만 아니라 쌀에는「칼슘」· 철분· 단백질등이 적어 식욕부진·권태증·각기병등 신체장애를 유발하고 신장·심장등을 약화시켜 빈혈증등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는 것.
이같은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는 쌀에 보리나 기타 잡곡5∼15%씩을 섞어 먹는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60년대 이후 소득증가추세와 생활개선으로 도시에서는 곡류대신 육류·우유를 찾는등 우리의 식생활 「패턴」도 영양과 실리위주로 많이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단속하는 사람부터 혼분식을 지키지 않는 현실을 생각할때 주곡 자급의 양정목표를 달성키 위해서 뿐만 아니라 국민건강향상을 위해서도 지도층에서부터 솔선수범, 1인당 쌀 소비량을 1백20kg 선으로 떨어뜨려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이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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