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엔」가입안의 전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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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엔」안보리는 한국 가입안과 남·북 월의 가입안을 따로 분리해서 표결에 붙인 결과 한국 가입안에 대한 심의를 의제에서 빼기로 결정했다.
여러 가지 난관이 예견되었으면서도 우리 정부가 애당초 「유엔」가입 신청의 재심을 요망한 이유는 그것이 너무나도 정당한 주권 행사일 뿐 아니라, 남·북 월 가입 신청에 비추어 볼 때 남·북한 동시 가입논도 지극히 합리적인 평화안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주장이 이번 총회에서 일거에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이 정당하고도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 구상임을 국제 사회에 널리 천명했다는 의의만은 큰 것이다.
때문에 본 난이 앞서 지적했듯이 이번의 표결 결과만을 보고서 실망할 이유는 조금도 없는 것이며, 문제는 이와 같은 평화 구상이 소·중공과 제3세계에 의해 「최선의 대안」으로 납득 되도록 까지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는 결의를 더 한층 확고히 할 따름이다.
「인지 이후」와 「헬싱키 이후」의 「아시아」정세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의 평화정착문제와 불가분한 관계에 놓여질 전망이다.
때문에 이러한 시점에서 한국 정부와 미·일 정상들이 「한반도의 평화」와 『동「아시아」평화』를 불가분한 것으로 직결시키고 있는 것은 시의 적절한 것이다.
그것은 이를테면 지난날 「베를린」문제의 타결과 동·서독 관계의 안정을 전「유럽」의 평화와 안정의 대전제로 삼았던 사례와 대동소이하다 하겠다.
사실상 한반도의 평화 정착은 동「아시아」 전체의 안정을 위한 선결 문제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 정착은 현존 휴전상태의 확고한 유지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는 점도 사실이다.
휴전 상태의 항구적인 유지는 남북간의 불가침협정 체결이라는 군사적인 보장과 병행해서 남북의 공존적 관계 설정이라는 정치적 보장을 통해서보다 공고하게 다져질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정치적 공존관계는 「유엔」동시가입에 의해 국제적인 공인을 받을 경우 더 한층 신뢰도를 높이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상태가 궁극적인 통일을 가로막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그것은 오히려 분단국 쌍방이 오늘의 국제상황 속에서 단계적이고도 확실한 통일에의 길을 밟아 나갈 수 있는 최선의 합리적 접근 방식이 아닐 수 없다.
상이한 사회체제와 대립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는 쌍방이 오늘의 핵 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통일 방식이란 결국 공존관계의 정착과 그 증폭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북괴의 무모한 현상타파 기도로 말미암아 일단 한반도의 휴전상태가 깨어진다면 그 결과는 소·중공에도 하등의 이득이 되지 못할 것이다.
북괴의 「연방제」주장이나 대미「평화 협정」선전이란 심지어 소련의 「아시아」집단안보 안이나 중공의 평화 5원칙에도 어긋나는 질서 파괴적 술책임을 알아야 한다.
북괴의 의도는 소·중공이 즐겨 말하는 「국경의 불가침」이나 「상호 주권존중」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4강은 고사하고 소·중공의 「아시아」외교전략에도 이로운 것이 못된다.
그런 만큼 소·중공은 공연히 북괴의 허장성세에 이끌려 국제정치의 보편적 관례로 굳어져 가는 분단국 쌍방의 공존 원칙을 외면하면서 유독 한반도와 관련해서 만은 한국의 주권을 존중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시정해 마땅하다.
비록 이번 총회에서는 일이 그렇게 되었다 치더라도 앞으로는 우리의 정당한 평화 구상에 모든 유관 국가들이 깊은 이해와 진지한 협조 자세를 가져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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