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훔쳐도 절대 안 잡힌다더니 … 하룻만에 잡힌 2억 현금 수송차 털이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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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정경찰서는 11일 경부고속도로 부산요금소에서 현금 수송차를 몰고 달아났던 용의자 설모씨를 검거하고 압수한 현금다발을 공개했다. 경찰은 설씨가 쓴 50만원을 제외한 2억1850만원을 회수했다. [뉴스1]

지난 10일 부산에서 발생한 고속도로통행료 수송 차량 탈취 사건의 범인이 하루 만에 붙잡혔다. 현금 2억1900만원을 훔쳐 달아난 범인은 전직 현금수송업체 직원 설모(26)씨였다. 설씨는 현금수송업체에서 6개월간 일하다 지난해 12월 말 퇴사하면서 예비용 차량 열쇠를 들고 나왔다.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지내다 이달 초 현금 탈취 계획을 세웠다. 주말 직후여서 거둬가는 현금이 많은 월요일 새벽을 택했다.

 범행 두 시간 전인 10일 오전 1시30분쯤 범행 장소인 부산요금소에서 800m쯤 떨어진 곳에 친구에게서 빌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주차시켰다. 현금수송차량에서 직원들이 내린 틈을 노려 예비키로 문을 열고 차량을 훔쳐 달아났다. SUV에 돈을 옮겨 실은 뒤 수송 차량은 2㎞쯤 더 떨어진 곳에 버렸다. 그러곤 걸어 돌아와 SUV를 타고 서울에 왔다. 경찰은 초반부터 설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폐쇄회로TV(CCTV)와 휴대전화 신호를 추적해 하루 만인 11일 0시30분쯤 서울 화양동의 모텔에서 설씨를 붙잡았다. 검거 당시 훔친 돈 중에 50만원만 쓰고 2억1850만원은 SUV 안에 그대로 남은 상태였다.

 경찰에 따르면 설씨는 현금수송업체에서 일할 때 동료들에게 여러 차례 “절대 잡히지 않고 수송 차량의 현금을 훔칠 수 있다”고 했다. 붙잡힌 뒤엔 “이렇게 빨리 잡힐 줄 몰랐다”고 했다. 경찰에서는 “돈을 훔쳐 여행이나 하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범행 동기를 묻는 기자들에게 “돈이 필요해서라기보다 그냥…”이라고도 했다. 경찰은 설씨가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에 돈을 마련하겠다는 충동이 겹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설씨는 단독 범행을 주장하고 있으나 경찰은 공범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부산=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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