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기초연금 7월 지급 어려워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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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회에서 기초연금법안 합의가 또 무산됐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11일 기초연금법안을 둘러싼 여야 논의가 성과 없이 끝난 직후 “7월에 연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은 사실상 이행이 어려워졌다. 어르신들께 하루빨리 기초연금을 드려야 하는데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오는 7월 25일부터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을 지급하려면 법안이 통과된 뒤에도 시행령 마련, 전산시스템 구축, 신청 접수 등 행정절차가 많은데 여기에 최소 4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라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날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협상을 했지만 여야 간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정부가 기초연금 7월 지급을 위해 정한 시한(10일)을 넘긴 상태에서 열린 회의였다.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오늘이 거의 마지막 법안소위인데 (야당 위원들이) 나타나지도 않았다. 이견은 있지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민주당 이목희 의원=“정부가 참 무례하다. 11월 말에 (법안을) 보내놓고 2월까지 해달라니 이런 무례한 정부가 어딨나.”

 ▶김 의원=“정부가 법안을 늦게 내서 일방적으로 국회를 압박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이 논의는 지난해 9월부터 했다.”

 ▶민주당 남윤인순 의원=“(대선) 공약 파기가 이 사태를 초래한 거 아닌가. 법안심사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안 돼 있지 않나.”

 여야는 4월 임시국회 때 기초연금법안 처리를 위해 노력한다는 정도로 결론을 내리고 회의를 마쳤다.

 논쟁은 국회 바깥에서도 이어졌다. 민주당은 ‘기초연금 조금 드리려고 거짓말한 새누리당, 많이 드리려고 싸우고 있는 민주당’이라는 현수막을 전국에 걸었다. 이에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거짓 폭로로 국민의 눈을 가리려는 버릇이 또 나오고 있다. 매일같이 ‘새 정치’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만 민주당의 구태본능은 감출 수 없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6월 선거 때 기초연금안을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새누리당의 안과 민주당의 안 가운데 어느 쪽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자는 얘기다. 민주당이 발목을 잡아 연금 지급이 안 된다는 여론의 비판을 비켜가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민병두 의원은 통화에서 “연금 지급일이 9~10월로 다소 늦춰지더라도 모든 노인에게 차별 없이 연금을 지급하겠다는 민주당안에 찬성표가 더 많이 나오면 7월 1일자로 소급해서 지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안종범 의원은 “소급 입법은 입법 정신에 어긋나는 데다 수급 대상자 중 한 달에 500명이 사망하는데 투표를 위해 시행일을 늦추는 건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반대했다. 기초연금안이 국민투표가 가능한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에 해당하느냐는 지적도 있다.

이소아·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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