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수출을 늘리는 대신 쇠고기 수입 규제를 푼다.’
11일 타결된 한·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의 핵심 내용이다. 자동차는 한국의 캐나다 최대 수출품이고, 쇠고기를 비롯한 육류는 캐나다가 한국 수출을 늘리기 원하는 첫 번째 품목이다. 양국이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이 두 품목에 대한 단계적 관세 철폐에 합의하면서 2005년 시작 이래 9년간 끌었던 협상이 타결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양국이 똑같이 97.5%의 품목에 대해 10년 내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다만 국내 농가의 피해가 우려되는 쌀·감귤을 포함한 211개 품목은 관세 철폐 대상에서 뺐다. 한·캐나다 FTA는 국회 비준을 거쳐 이르면 2015년 발효된다.
우선 캐나다는 한국 자동차에 붙이던 관세(6.1%)를 세 번에 걸쳐 2%씩 내려 발효 2년 뒤 완전히 없애기로 했다. 예상대로 발효가 되면 2017년부터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다. 자동차는 캐나다에서 연간 13만 대가 팔리는 수출 효자 상품이다. 캐나다 내 시장점유율을 보면 미국·일본에 이어 한국이 3위(12%)다. 이 때문에 정부는 FTA가 발효되면 캐나다에서 국산 자동차의 경쟁력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반대로 한국으로 수입되는 캐나다산 자동차 관세(8%)는 발효 즉시 철폐된다. 하지만 연간 수입량이 1500대 수준으로 적은 편이어서 국내 자동차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산 쇠고기에 대해서는 한국이 양보를 했다. 현재 40%인 관세를 연 2~3%씩 내려 15년 뒤인 2030년부터는 완전히 없앤다. 이미 FTA가 체결된 호주산 쇠고기와 같은 수입 조건이다.
냉동 돼지고기의 경우 5년 뒤 관세(25%)가 철폐된다. 다만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냉장삼겹살은 관세(22.5%) 철폐 시기를 13년으로 늘렸다. 캐나다산 육류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1% 미만이어서 당장 국내 축산 농가가 입을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최경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국내 산업계의 캐나다 진출을 돕는 한편 축산농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