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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심의한 곡 사후 금지는 불합리|가요 심의 이원화에 대한 예륜위·가요계 관계자의 지상 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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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재 우리 나라의 대중 가요는 ①「예륜」의 사전 심의 ②각 방송국의 자체 심의 ③「방륜」의 방송 심의 ④「예륜」의 재심 등 4단계 심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지난 6월과 7월 두차례에 걸쳐 『미인』 『그건 너』 『한잔의 추억』 등 「히트」곡을 포함한 88곡의 가요들이 예륜의 재심에 의해 무더기로 방송 및 판매 금지 조치되면서 『과연 이같은 4단계 가요 심의는 필요한 것인가』, 특히 『「예륜」에 의해 일단 사전 심의를 거쳐 널리 불려진 노래들이 같은 기구에 의해 방송 및 판매 금지 조치된다는 것은 제도적 모순이 아닌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사회의 올바른 기풍을 저해할만한 가요라면 음반으로 제작되어 대중에게 배포되기 전에 미리 이를 제지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예륜」의 가요 심의 이원화에 대해 「예륜」 및 가요계 관계자들의 지상 토론을 소개한다.
◇조연현씨 (「예륜」 위원장) 가요 심의가 이원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6월부터 「예륜」에 의해 시작된 가요 재심은 우리 사회에서 퇴폐 풍조를 몰아 내려는 당국의 시책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회 풍조의 변화에 따라 예술, 특히 대중 예술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번의 재심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심의의 이원화에 따른 몇가지 폐해는 「예륜」으로서도 인정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새로운 공연법에 따라 심의 절차를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번 재심 과정을 통해 몇몇 가요가 부당하게 판매 및 방송 금지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사회의 일반적 통념과 상식을 대표하는 저명 인사들에게 심의를 위촉했으므로 보편 타당성 있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박용석씨 (작곡가) 두차례에 걸친 재심을 통해 방송 및 판매 금지 조치된 88곡을 보면 대부분이 금지 조치될만한 노래들로서 재심 제도 자체에 대한 불만은 별로 없다.
그러나 단 1곡이라도 부당하게 금지 조치된 가요가 있다면 구제의 길을 터 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억울하다』는 생각을 가진 작가에게는 3심의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예륜」의 재심에 대한 문젯점은 다음의 두가지로 압축된다. 그 하나는 작사·작곡·노래 등 3심에 의해 완성된 가요가 어느 한쪽만의 잘못으로 금지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1곡의 금지조치로써 한 「디스크」안에 함께 수록돼 있는 10곡 내외의 다른 노래들이 똑같이 처벌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최경식씨 (경음악 평론가) 「예륜」의 재심이 있기 전까지 우리 가요는 「예륜」의 사전 심의와 「방륜」의 심의를 거쳐야 했었다. 「방륜」 심의를 부성적 (준엄)인 것으로, 「예륜」 심의를 모성적 (애정)인 것으로 생각할 때 (「방륜」이 공정성·윤리성을 따져야 하는데 반해 「예륜」이 사회성을 따져야 하기 때문) 「예륜」의 재심은 우리 가요에 대해 보다 이해를 가지고 이뤄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것은 물론 「예륜」 재심의 불가피성이 전제된 것인데 가령 가정 교육에 있어서 『하지 말라』는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방법보다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적극적인 방법이 더 효율적임에 비추어 이제까지 금지 조치에만 주력했던 심의 방향이 앞으로는 좀더 새 가요 정립을 위한 방법론 제시 쪽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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