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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경제계획 논의-바실리·레온티에프 교수<하버드대학 노벨상수상>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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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0년대의 세계 대공황은 「케인즈」 이론에 의해 극복되었다. 그리고 이 묘약은 그후 40여년 동안 공황치료제로 사용되어 자본주의사회의 생존과 번영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각국 정부는 불황이 깊어지면 재정적자에 의한 유효수요의 창출로 간단히 위기를 벗어나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재작년 말부터 서방세계를 휩쓸기 시작한 이번 불황은 종래의 묘약이 오히려 독약으로 작용해 버리는 새로운 종류의 것이었다. 주요제국이 동시에 불황을 맞은데다가 「인플레」가 병진했기 때문에 재정적자에의 한 유효수요 확대는 파멸적인 「인플레」에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학자들은 이번 세계불황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30년대의 「케인즈」 혁명에 비견할만한 새로운 이론이 정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통화주의자들은 안정적인 통화공급을, 「사이먼」미재무장관과 일부학자들은 감면세에 의한 투자·소비확대를 제창했다.
그러나 그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바실리·레온티에프」 교수(「하버드대)가 제기한 「강력한 경제계획구상」이다.
「노벨」경제상 수상자인 그는 국민경제를 투입 산출방식으로 분석한 학자답게 중앙정부에 경제기획원을 설치함으로써 경제계획에 의해 생산과 소비간의 모순을 예방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레온티에프」의 주장은 학자를 사이에는 물론 정치인들에게도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실제로 민주당의 「험프리」 상원의원과 공화당의 「제이비츠」 상원의원은 「레온티에프」와 함께 구체적인 법안을 작성중이며 이것은 내년에 중요한 정치적 「이슈」로 등장할 것 같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 법에 따라 설치될 경제기획원은 5개년 경제계획을 작성, 의회의 승인을 받으며 모든 생산활동은 이 「가이드라인」에 따른다.
그리고 5개년 계획은 2년마다 재검토되어 상황변화에 알맞도록 수정된다. 물론 기업활동의 자유가 보장되고 경제기획원이 개별기업의 행동을 강제하지는 못하지만 「가이드라인」에 따르도록 행정지도는 할 수 있다.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사회가 경제계획의 멍에를 뒤집어 써야 한다는 이와같은 주장은 벌씨부터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계량경제학 회장인 「미첼·에번즈」씨는 『정부가 경제를 재단케 하는 대재난』이라고 성토했고, 미국 금융인협회의 「윌리엄·포드」씨는 미국경제를 계획에 의해 끌어갈 만큼 정교한 행정기구란 현실적으로 꿈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40년 전 「케인즈」 이론이 채택되기까지의 과정을 되씹으면서 좀더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사실 당시 「케인즈」의 주장이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정부의 대폭적인 경제개입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보이지 않는 손』의 신화를 맹신했던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자본주의 체제의 종언으로 비쳤던 것이다.
그러나 국지적인 불황이 아닌 세계공황의 극복을 위해서는 정부개입의 증대와 자유방임이라는 「도그머」의 포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는 점이 그후 명백히 입증되었다.
따라서 이번의 세계불황이 30년대의 그것보다 더욱 악성이라면, 이것을 퇴치하기 위해서도 더욱 강력한 정부개입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실제로 통화주의자인 「밀턴·프리드먼」 교수(「시카고」대)는 이미 오래 전에 이러한 가능성을 예언했었다. 그는 불황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사회가 개인의 자유까지 희생해야 하는 통제경제의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러나 「레온티에프」는 경제기획원의 설립과 경제계획의 실시가 자본주의사회의 본질까지 해치지는 앓는다고 말한다.
소련이 「레닌」의 이른바 『고도의 사회주의적 윤리관』대신 자본주의적 이윤 경기를 채택해도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이듯이, 미국 역시 경제의 장기적 「매스터·플랜」을 세웠다고 해서 체제의 본질이 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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