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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의 정의-한국철학회 학술강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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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회정의에 관한 논의는 60년대 후반서부터 전세계적으로 깊은 관심을 자아내는 중요한 사회철학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철학회(회장 김태길)는 지난 11일 하오 미국문화원에서 미국의 대철학가 「존·롤즈」(1921년∼)의 『정의의 이론』을 주제로 학술 강연회를 열고 현대사회에 있어서의 정의를 평가해 보는 모임을 가졌다.
「롤즈」의 저서 『정의의 이론』은 20세기에 들어서서 「최고의 저작」으로 평가될 만큼 중요한 가치를 갖는 이론이다. 그의 이 이론은 인종차별·「풍요 속의 빈곤」·부의 불공평한 분배 등 난제를 안은 현대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시된다. 김려수 교수(성대)와 차인석 교수(한양대)는 「롤즈」의 이론을 인용, 현대사회의 정의를 새로운 관점에서 규정하고 있다. 「롤즈」는 정의로운 사회란 시민의 자유보다는 평등이 보장된 사회라고 믿는다. 60년대 들어서서 전세계에 던져진 최대의 사회철학적인 쟁점은 『정의로운 사회란 시민의 평등을 최대로 보장하는 사회인가, 자유를 보장하는 사회인가』였다. 「롤즈」는 자유보다는 평등을 중시해 평등론에 입각한 그의 유명한 「정의의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이 두 원칙은 ⓛ시민각자의 광범위한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침범 않는 한도 안에서 자유를 갖게 되며 ②사회·경제적인 불평등은 모든 사람에게 균등하게 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원칙이 지켜질 때에만 비로소 정의로운 사회가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이 두 원칙에 입각해 「롤즈」는 결국 정의란 자유·평등, 그리고 공동선에 기여하는 봉사에 대한 보수라는 세 가지 복합체라고 역설한다. 자유·평등을 타인과 공동으로 누리라는 주장이 두 원칙에 강하게 배어 있는데, 이점은 그의 정의론이 쾌락주의적인 공리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대 복지사회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두 원칙 중 첫째 원칙은 우리가 흔히 일컫는 시민의 기본적 자유에 해당된다. 「광범위한」 자유라고 그가 지적한 자유 속에는 개인의 기본 자유·양심의 자유·사상의 자유·임의적 구속과 체포로부터의 자유가 포함되고 있다.
둘째 원칙은 소득과 부의 분배는 공정한 기회균등의 조건아래 가장 불리한 자·최소 수혜자들에게 유리하도록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부의 분배가 불리한 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이 두 번째의 원칙은 복지사회를 지향하는 그의 이론이 그대로 반영된 부분이다.
그러나 「롤즈」는 그의 정의론에서 두 가지 금지사항을 제시한다. 우선 자유는 경제적인 이득이나 사회적인 이득과 교환될 수 있는가에 회의를 갖고있다. 자유가 제한될 수 있는 조건은 다른 자유를 위한 경우뿐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두 사람이 불균등한 자유를 가졌을 경우 보다 작은 자유를 가진 사람의 자유를 위해서만 보다 큰 자유를 가진 사람의 자유는 희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정의로운 사회를 구성하기 위한 원칙은 그 자신의 두 원칙 외에도 공리주의·직관주의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그 원칙을 세울 때의 과정은 반드시 순수하지 않아서는 안된다. 원칙이 정의로우냐, 아니냐 보다도 원칙을 세울 때의 과정이 정의로우냐, 아니냐가 중요하다는 논리다.
평등주의에 「포인트」를 둔 정의론을 주장하는 「롤즈」는 결론적으로 현대사회에서 시민들은 정의롭게 살아갈 것을 권한다. 정의롭게 사는 것은 시민들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시민 서로간의 시기심이나 불평을 해소하고 사회를 조화롭게 하며 시민의 기본적 인권을 약속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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