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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청년들의 규범관|미국·서독·일본의 경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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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청년들은 오늘날의 사회규범을 어떻게 생각하며 받아들이고 있는가.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법과 관습의 제약을 받게 마련인데 그 제약이 해이될 때 사회에는 여러 가지 혼란과 마찰이 생기게 된다. 세계 각국에서는 청소년 행정의 기본 자료를 마련하기 위하여 공동의 설문내용을 가지고 「청년의 사회규범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18∼24세의 청년 7백명과 그 연대의 자녀를 가진 부모 3백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있으며 그중 미국·서독·일본에서 집계된 내용이 최근 외지에 소개되고 있다. 미국·독일·일본 등의 청년들이 보여주는 사회의식은 종래의 서양적 혹은 동양적인 선입관에 오히려 의외의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어느 면에서는 바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흥미와 관심을 갖게 된다.

<공공생활>
대중 앞에서 폭력배가 남을 헤치는 것을 보았을 때 미국과 서독사람들은 약 60%가 『말린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청년의 70%, 부모의 60% 정도가 『못 본체 한다』고 했다.
64년3월 한 여성이 폭한에게 피습 당하는 것을 38명이나 목격하고도 아무도 경찰에 신고치 않은 미국사회에서도 못 본체 한다는 응답이 40% 미만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무관을 표시했다. 개인주의 내지는 이기적인 경향이 오히려 일본쪽에 더 두드러진 것 같다.
『「아파트」의 이웃 방에서 밤에 소란을 피울 때』 서독사람은 42%가 『참는다』고 했는데 미국에선 35%, 일본에선 22%. 일본에서는 대다수가 『주인을 부른다』는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교통위반이 많은 이유에 대하여 『준법정신 및 교통도덕의 결핍』을 지적한 수는 일본이 65%로 단연 높고 서독이 10%, 미국이 7%. 만약 석유가 배급제로 된다면 『나도 암매 석유를 사 쓴다』는 생각이 일본이 56%, 서독이 45%, 미국이 39%.
『공원의 쓰레기통에 휴지를 버리지 않고 길이나 잔디 위에 버리는 사람이 많다』는 느낌은 일본청년이 근 80%나 되는데 서독에선 40%에 불과하다. 건물이나 사무실에 들어갈 때 『바로 뒤따라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열고 기다린다』는 응답은 미국이 87%, 서독이 84%인데 일본의 경우에는 그 절반에 해당되는 45%이다. 그러면서도 『여행 중에 친한 이웃에 선물을 사서 준다』는 것은 일본이 77%로 가장 많고 서독이 32%이며 미국은 훨씬 낮다.
직장에서 미국과 서독사람의 90%는 『급료이상 일했을 때 고용주에 승급을 요구한다』는데 일본경우는 50% 미만이다. 또한 『자기가 선출한 국회의원의 활동에 관심이 없다』도 일본이 최고로 79%이며 특히 전화나 편지를 내는 일은 압도적으로 『없다』.

<친구와 금전>
친구사이의 금전감각에 있어서 구미사회는 매우 「드라이」하게 각자 부담이 상식화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친구를 이끌고 가서 식사를 할 때 『친구의 몫도 함께 지불한다』는 사람은 미국이 68%, 서독이 65%인데 비해 일본이 56%. 또 친구에게 10만원쯤 빌려줄 때 『차용증을 받는다』가 일본이 61%, 서독이 58%, 미국이 38%로 오히려 일본사회가 메마른 느낌이다.
친구와의 이 같은 감정은 이웃과의 생활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갑자기 조미료가 떨어졌을 때 『이웃집에 빌러간다』는 경우 일본에서는 34%인데 미국이 57%, 서독이 64%로 구미쪽이 예상외로 높은 비율이다.

<가정생활>
도시화·서구화하는 동양사회가 공공도덕이나 사회의식이 아주 희박한데 반하여 친족의 일체감은 매우 강하다.
『부모가 연로하면 자식과 함께 사는 것이 좋다』는 설문에 대하여 일본의 71%가 긍정적인데 미국에선 23%, 서독에선 13%. 또 『유언장을 서두르는게 좋다』에 있어서도 미국과 서독이 90%인데 일본은 66%로서 가정에선 법이나 사회규범이 별로 필요 없음을 암시한다. 뿐더러 『아버지에게 월급 봉투를 넘겨준다』는 대답은 일본이 62%로 가장 높고 서독이 35%, 미국이 33%. 『성인이 된 자녀의 차용금을 돌보아 주는가』에 대해서는 일본이 오히려 구미보다 낮은 42%에 불과하다. 이같이 일본사회는 가정생활의 영역에선 개인의 자립을 지향하려 하면서도 전체적으로 부모와 자식 및 부부간의 규범의식은 구미보다 강함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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