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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관저의 쓰레기를 노려라-「제2의 잭·앤더슨」 꿈꾸는 미 기자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한때 「워싱턴」의 폭로 기자로 이름을 떨친 「잭·앤더슨」은 71년 부하기자들을 시켜 미연방수사국(FBI) 국장 「에드거·후버」의 집 앞의 사신 쓰레기통을 뒤져 흥밋거리 기사들을 독자들에게 제공한 바 있다.
그때 「앤더슨」 「그룹」이 쓰레기통에서 얻은 정보는 「후버」가 쓰는 치약은 「울트라·브라이트」이고, 「위스키」는 「잭·대니얼즈」를 마시고 「게러실」이라는 제산제를 복용한다는 사실 정도였다.
FBI라고 인쇄된 종이 한장이 나왔지만 자세히 읽어보니 「후버」가 자기 가정부에게 적어준 「메뉴」에 불과했다.
그래도 3류 기자들의 남의 집 쓰레기에 대한 집념은 건재했다.
지난 8일 아침 「조지타운」의 「덤바턴」가에 있는 「키신저」 미국무장관 저택 앞에서 다섯자루의 쓰레기를 둘러메고 가려다가 비밀경호원에게 붙들린 「제이·구얼리」 기자도 『제2의 「잭·앤더슨」』이 되기를 꿈꾸는 야망을 가진 기자.
독자가 4백만이라고 주장하는 「플로리다」주의 주간지 「내셔널·인콰이어러」의 「워싱턴」주재기자로 있는 「구얼리」는 그래도 용의주도하게 사전에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남의 집 앞의 쓰레기는 「버려진 재산」으로 간주되며 그것을 집어 가는 것이 위법은 아님을 확인했다.
그가 다섯 자루의 쓰레기를 자기 자동차에 싣는 순간 비밀 경호원이 달려 왔다.
만약 쓰레기를 내려놓지 않으면 체포하겠다고 위협했지만 오히려 「구얼리」는 경호원에게 변호사한테서 들은 말을 토대로 일장 강의를 했다.
비밀 경호원은 경찰을 불러 「구얼리」를 체포할 방도가 없겠는가 알아봤지만 「구얼리」의 말대로 허사.
「구얼리」는 2시간반 동안의 조사를 받은 뒤 문제의 쓰레기 보따리를 싣고 사무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구얼리」가 1차로 밝힌바에 의하면 「키신저」 장관 저택의 쓰레기는 대단한 정보를 담고 있지 않았다.
「구얼리」가 밝혀낸 사실은 「키신저」 장관 부부 중 누군가가 「맬버로」담배를 피우고 모종의 약을 복용하고 어떤 때는 「뉴요크·타임스」를 펴보지도 않은 채 버린다는 「가십」정도의 정보뿐. 미국무성에서는 「구얼리」의 소행을 규탄하는 공식성명을 내고 「키신저」장관부부의 「프라이버시」는 보호받아야 한다고 발끈했다.
「내셔널·인콰이어러」 본사는 그 쓰레기 보따리에서 『대단히 흥미 있는 자료가 다소 나왔다』고 하면서 1주일 안에 그것을 보도하겠다고 말했다.
그것이 판매작전 같기도 하고 진짜 같기도 한데 1주일 안에 진부가 가려질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지의 두 젊은 기자가 「워터게이트」 사건을 추적하여 영웅이 되고부터는 미국 언론계에서는 「수사취재」라는 낭만적인 이름을 악용하는 「이상취재」의 풍조가 부쩍 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저술가 「잔·모리스」씨는 이런 현상은 미국정신의 잔인성을 반영한 것이고, 「폭로기자」는 경찰이나 정보원으로 둔갑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워싱턴·포스트」지가 「구얼리」의 쓰레기 사건을 1면에 보도하고 「뉴요크 타임스」지도 그것을 짤막하게나마 보도하고 각 「텔리비젼」과 「라디오」에서도 이 흥미 있는 사건을 보도하고 있으니 그 쓰레기 보따리에서 쓸만한 기삿거리가 나왔건 안나왔건 「구얼리」와 「내셔널·인콰이어러」지는 일단 그들이 노린 「이름」은 떨친 셈이다. <워싱턴=김영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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