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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대정부질문 3일의 결산 풍성했던 「내정」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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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는 「외교·안보」와 「경제·사회」로 나눈 3일간의 대정부 질문을 3일로 끝냈다. 여야의원 16명이 발언대에 나선 국정질의는 긴급조치 9호와 여야의 안보협조 태세 등으로 체제와 관련된 극한 발언이 후퇴된 대신 「유엔」사 해체에 따른 전쟁억지 대책, 부조리 제거, 부실기업, 학원문제 등이 전면에 크게 내세워졌다. 신민당의 김형일·한영수 의원 등 5의원의 발언은 긴급조치 9호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일부 삭제 배포되어 가장 많은 의원의 발언이 삭제된 기록을 남기게 됐다.
외교·국방 부문에서 여야의원들은 서방측이 「유엔」에 내놓은 「유엔」군 사령부의 해체 결의안과 대「유엔」 정책의 불투명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김형일 의원(신민)은 『대한민국이 「유엔」에 의해 탄생됐고 6·25때는 「유엔」의 출병으로 나라가 보존됐다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제 와서 「탈UN」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으니 도대체 어찌된 일이냐』면서 『우리의 무대였던 「유엔」에서조차 북괴를 이길 자신이 없다는 말이냐』고 추궁.
김종필 국무총리는 『우리가 48년 독립당시나 50년의 6·25 때의 향수를 가지고 「유엔」을 운위한다면 우리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서 『이제는 과거의 향수를 버리고 냉혹한 현실과 「유엔」안의 변질된 양상으로 봐서 우리 스스로 자주적으로 꾸려 나갈 수 있는 자세확립이 필요하다』고 역설.
이범준 의원(유정)은 『「유엔」사의 전쟁억제 역할은 해체 후에도 적절한 대체 조치가 반드시 강구되어야 한다』면서 『현재의 DMZ 공간을 확대한다든가 국제평화 유지군을 DMZ에 진주시켜 남북을 격리시키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
『한국거점 없이 일본을 방위하는데는 연간 60억「달러」에서 1백억「달러」란 막대한 돈이 필요하지만 미군의 한국주둔 비용은 10억「달러」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진용 의원(무소속)은 「유엔」군 철수 후에 올 미군의 계속 주둔과 미국의 대한원조 증가 교섭을 역설.
특히 임기응변식 외교정책에 대해 이범준 의원은 『급할 때는 뛰고 발등에 불이 꺼지면 다시 망각상태로 빠지는 식의 외교는 지양돼야할 것』이라고 촉구.
「유엔」사 해체와 미군주둔은 다른 문제라고 한 김동조 외무장관은 『미·일과 중·소의 북괴와 한국교차 승인은 산술적으로 얘기하면 근사하지만 실제 국제외교상으로 한반도 문제의 해결의 길이 안된다』 『한·미·일 3각 방위동맹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답변.
전쟁도발 가능성과 관련해 한영수 의원(신민)은 『정부의 지나친 위기의식 주입으로 서울시민들은 피난갈 적에 먹기 위해 미싯가루를 만드느라고 변두리 쌀가게에서 찹쌀이 동이 날 지경이고 일부지역에서는 각군에서 대표자를 뽑아 피난 가는 연습을 실시하는 등 부산을 떨고 있다』면서 『유사시의 서울의 식량대책과 핵무기개발 여부를 밝히라』고 추궁.
김 총리는 『한의원의 발언 중 지나치게 과장된 부분이 없지 않으나 같이 걱정을 나누는 충고로 받아들이겠다』고 가볍게 일축하고 핵무기 개발에 대해서는 『아직 핵을 개발할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한 상태』라고 답변했다.
이진용 의원(무)이 『만약 북괴가 전면 전쟁을 도발했을 때 우리는 휴전선만을 방위할 것인지 아니면 완전 영토회복을 할 태세와 준비가 돼있느냐』고 묻자 김 총리는 『국토통일이 아무리 숙원이라 해도 무력으로 통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답변.
부실기업 부조리 문제는 대정부 질문의 초점을 이루었다.
대부분의 의원들이 부조리 제거와 내정 개혁을 언급하고 넘어갔고 『항간에는 모 전직 고관이 이민가다 잡혀 왔다는 등 소문이 돌고 있다』(김형일 의원), 『미국 유학 중 휴일에 「스키」를 타러 「스위스」를 왕복한 실례가 있다』(박용만 의원) 등의 얘기로부터 은행 빚이 1천억원을 넘고 이자만 월 10억원이 넘는다는 특정 부실기업의 문제점도 제기됐다.
이진용 의원(무소속)이 외화를 빼돌려 외국으로 도피, 혼자 잘 살겠다는 사람을 엄단할 제도를 만들 것을 촉구하자 김 총리는 『현행법으로도 엄히 다스릴 수 있기 때문에 특별법 제정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영수 의원(신민)은 공직에 있다는 이유로 부정축재를 한 사람이 있다면 가족을 먹이고 자식을 가르칠 정도만 남겨놓고 그 재산을 국가와 사회에 반납시켜야 한다』며 『팔다리를 자르는 아픔을 참아가면서라도 부조리를 제거하라』고 건의했다.
박용만 의원(신민)은 『자기 자본을 들이지 않고도 외국차관과 은행융자, 정부의 각종 특혜로 치부한 재벌도 있다』며 『기업은 망해도 기업인은 살찐다는 경제적 부조리를 없앨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김 총리는 『고도성장 과정에서 다소의 부작용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일부 기업이 사회제문제를 제기하고 기업의 소유 형태에 있어서도 더러 폐단이 있는 것은 알고 있는데 정부는 이의 시정을 위해 5·29조치와 같은 종합적·장기적 계획을 세워 추진 중에 있다』고 했다. 『부조리는 뿌리 뽑겠다』는 것이 정부(김종필 총리) 답변.
학원문제에서는 교육법개정, 구속학생의 석방, 학도호국단 결성 등이 크게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김형일 의원은 『「데모」 사태로 처벌된 학생의 숫자가 얼마냐』고 물었고, 이진연 의원은 『국민학교 2학년 때부터 회장·반장 선거를 하는 자치정신을 가르쳐놓고 우리 기성세대가 교과서대로 않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에 대한 관대한 조치를 요망.
박용만 의원은 『왜 학도호국단을 만들어 군대훈련을 시키며 장관은 자기가 생각하듯 모범학생만 길러 사회에서 활동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고 추궁.
유 장관은 『학도호국단은 우리 스스로 자유를 지키기 위해 발족시킨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재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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