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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는 17년 만에 LG … 배구는 3년 내리 삼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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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프로농구 LG는 1997년 창단 후 지난해까지 준우승만 네 번 했을 뿐 한 번도 정상을 밟지 못했다. 마침내 17년 한을 풀었다. 프로배구에서는 우승 단골 손님 삼성화재가 세 시즌 연속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프로 출범 후 9시즌 동안 무려 6번째 우승이다.

1997년 농구단 창단 이래 LG가 우승 모자와 티셔츠를 착용하고 기념사진을 찍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뉴시스]

 ◆인화로 이뤄낸 승리=LG는 9일 창원에서 열린 KT와의 프로농구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95-85로 승리하며 40승14패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2위 모비스와 동률이며 맞대결 성적도 3승3패로 같지만 골득실에서 앞섰다.

 LG는 올 시즌 ‘주목할 팀’으로 거론됐다. 포인트가드 김시래(25)를 모비스에서 데려왔고, 전자랜드에서 해결사 문태종(39)을 영입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인 드래프트에서 최대어 김종규(23)를 뽑아 짜임새를 갖췄다. 하지만 “ 경험이 부족해 모비스와 SK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는 전문가가 많았다. 기우였다. LG는 막판으로 갈수록 강해졌다. 팀 최다인 13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우승은 그룹 이념이기도 한 인화(人和)를 바탕으로 일궈낸 결실이라 더 값지다. LG 농구단은 외국인 선수에게는 항공 이동 때 비즈니스 클래스를 제공한다. 문태종은 귀화해 한국 국적을 얻은 후 일반석을 탔다. 김광환 LG 홍보팀장은 “시즌 중간에 선수들이 찾아와 ‘태종이형한테도 비즈니스 석을 달라’고 요청해서 깜짝 놀랐다. 그래도 괜찮겠느냐고 했더니 ‘태종이형인데 그 정도는 해줘야 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나서지 않으면서 제 몫을 다하는 문태종은 입단 첫해부터 후배로부터 존경받는 리더가 됐다. 고비마다 3점포를 펑펑 터트리는 해결사 문태종 덕분에 LG는 4쿼터에 강한 팀이 됐다. 문태종은 KT와의 최종전에서도 19점을 올렸다.

 외국인 선수도 기대 이상이었다. 2011~2012시즌 러시아 리그 득점왕 데이본 제퍼슨(28)은 기대를 충족시켰다. 더 고마운 건 크리스 메시(37)였다. 돌파력이 뛰어나 제 몫을 다하면서도 경쟁심이 많은 제퍼슨과 조화를 이루며 팀이 뭉칠 수 있게 했다. 이번 시즌 제퍼슨은 17.0점·6.9리바운드, 메시는 9.9점·7.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김종규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입단하면서 “프로농구를 뒤집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들과 맞대결하자 부족한 점이 많이 노출됐다. 김종규는 휴일도 반납하고 개인 훈련을 하며 골밑의 간단한 플레이부터 다시 배웠다. 18점·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정규리그 우승에 힘을 보탠 김종규는 신인왕 경쟁에서도 경희대 동기 김민구(23·KCC)보다 앞서 있다.

 김진(53) LG 감독은 “경기를 치르면서 선수들 사이에 신뢰가 싹텄다. 지금보다 앞으로 더 잘할 것”이라며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대한 집념을 보였다. 프로농구는 12일부터 6강 플레이오프를 시작한다. 1위 LG와 2위 모비스는 4강 플레이오프로 직행한다.

삼성화재가 9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에서 현대캐피탈을 3-1로 꺾고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천안=정시종 기자]

 ◆여오현·석진욱 없이도 우승=삼성화재는 9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3-1(22-25, 25-23, 25-17, 25-20)로 역전승했다. 1경기가 남았지만 삼성화재(23승6패·승점 65)는 현대캐피탈(21승8패·승점 61)을 따돌리고 정상에 오르며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여오현(36)이 현대캐피탈로 이적하고 석진욱(38)이 은퇴하는 등 주축 선수의 공백을 딛고 이룬 결실이라 더 값지다.

글=이해준 기자
사진=정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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