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번호판 단 군용 트럭, 무장병력 싣고 심페로폴 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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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이 가시화하면서 서방과 러시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세르게이 라브노프 러시아 외교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크림반도 합병은 외교적 해법을 봉쇄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은 미 P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토 동맹국들에 의무를 이행해야 할 상황이 오면 (군사적) 대응 조치를 취할 것임을 확실히 했다”며 군사개입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9일 BBC에 출연, “유럽의 천연가스 수입처를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바꿀 수 있다”고 러시아에 경고했다.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는 9일 “(크림은) 우리의 땅이며 한 치도 내줄 수 없다”며 사태 해결을 위해 이번 주 미국으로 날아가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반격도 거세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정책에 대해 근거 없는 위협을 한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나토와 맺은) 무기감축 프로그램 중단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8일 무장병력을 실은 군용 트럭 수십 대가 크림자치공화국 수도 심페로폴 북부의 러시아 공군기지로 향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차량 일부는 모스크바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크림자치공화국은 러시아 합병 찬반 주민투표를 16일 실시하기로 했다. 블라디미르 콘스탄티노프 자치공화국 의회 의장은 “3월 말이면 크림인들은 조국(러시아)에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치공화국 주민 수천 명은 이날 심페로폴 시내 레닌광장에 모여 러시아 귀속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보복 조치로 자치공화국 정부의 전산망을 차단하고 크림 정부 계좌도 동결했다고 인테르팍스통신이 9일 전했다. 이에 대해 루스탐 테미르갈리예프 자치공화국 부총리는 “우리는 신속하게 러시아 은행들에 계좌를 개설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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