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고 사냐, 타살이냐, 자살이냐 불 스텔렝 장군 의문의 죽음|미-불 전투기판매 경쟁에 얽힌「미스터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파리=주섭일 특파원】지난 6일 하오 6시30분「파리」의「오페라」좌에서 한 사나이가 「버스」에 치여 중상을 입었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조그만 사고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날로 확대되어「프랑스」와 미국을 진동시키고 있다. 「코셍」병원에서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가 20일만에 사망한 그 사나이는 바로「드골」대통령 밑에서 공군참모 총장을 지녔고「파리」출신 하원의원에다가 하원부의장을 지낸「스테렝」장군이기 때문. 이 사건은 그 자체가 단순사고냐, 살해냐, 자살이냐 로 엇갈리고 있어 하나의「미스터리」가 되고도 있지만 그 자신이 미국의 유수한 항공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미국전투기가「프랑스」의「미라지」보다 더 우수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해 세기의「스캔들」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이 보고서 때문에 적어도 자유세계 최대의 항공시장이었던「벨기에」등 유럽 4개국에 대한 전투기 판매에「프랑스」가 패배의 잔을 마시게 되어「프랑스」로서는 참을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된 것이다.
이사건의 실마리는 재작년부터 시작된 미국·「프랑스」의 전투기 판매경쟁에서 시작된다. 「벨기에」「네덜란드」「덴마크」「노르웨이」등 4개국은 노후화 한 F-104「스타·라이터」전투기 3백50대를 신예기로 교체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이 사상유례 없는 시장을 둘러싸고 미국과「프랑스」가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것이다.
미국「제너럴·다이내믹」제작 F-16기와「노르트로프」외 F-17기에「프랑스」의 신예 기 「미라지」F-1이 맞붙어 싸우게 된 것이다.
「벨기에」의「나토」사령부를 중심으로 벌어진 상담이 치열의도를 배가하고 있던 작년 11월초「스테렝」장군의 보고서가 「벨기에」와「네덜란드」및 미국 등지에서 거의 동시에 보도되었다.
외신으로 전해들은 그의 보고서 내용을 보고 전「프랑스」가 발칵 뒤집혔다. 골자는 미국의 F-16과 F-17기가「프랑스」의「미라지」보다 기술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이었다.
미 재벌「슈워프」가의 사위인 그의 이력은 63년에 공군참모 총장직을 물러난 후「워싱턴」주재 대사를 희망했었으나 당시「쿠르드·뮈르빌」수상의 거부로 성공하지 못했다.
실직상태에 있던 그에게 미국의 다국적기업인「알제코」에서 손을 뻗쳤다.「톰슨」과「아이디얼·스탠더드」가 자본을 대고 있는「프르스타그」「프랑스」의 자회사인「알제코」는 형식적으로는 서독회사처럼 되어 있으나 내막 적으로는 미국자본이 주역으로 이 회사의 항공전문가로 일자리를 구했던 것.
그는 68년 민주중도파 소속으로「파리」에서 출마,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하원부의장으로 있었다.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하원부의장에서 면직되었고 소속 당에서 제명 처분되었을 뿐만 아니라 예비역에서도 쫓겨나는 신세가 되 무소속으로 하원의원자리만 간신히 붙잡고 있었다.
그의 보고서가 영향을 주었든 아니든 간에 지난 6일에 4개국은 미국의 F-16기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프랑스」는 적어도「벨기에」만은 믿어 보려고 하다가 1백% 패배의 잔을 앞에 놓고 실의에 잠겨 있던 순간「워싱턴」에서 느닷없이 하나의「뉴스」가 날아들었다.
미 상원 보고서에서「노드로프」회사가 64년부터 지금까지「프랑스」의 한 장군에게 뇌물을 바쳐 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노드로프」는 63∼68년까지 연간 5천「달러」를, 68∼74년 1월까지 1년에 6천「달러」를, 74년부터는 7천5백「달러」를 예산에서 떼어 주고 있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직 4장군에 대해서도「스테렝」장군보다 적은 액수의 뇌물을 바쳐 오고 있었다는「프랑스」인들에게는 정말 비극적 풍문이 전해진 것이다.
미 상원에 의한「스테렝」장군 개인에 대한 치명적인 발견은 그가 하원 부의장 때「노드로프」의「토머스·존즈」회장에게 보낸 한 통의 편지. 영문으로(「프랑스」인은 영어를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73년 1월23일에 그가 쓴 편지에는『당신은 적어도「나토」가맹국에 있어서 전략공군력에「코브라 P-530」-이것이 경쟁 기가 된 F-17이다- 을 제공하기 위해 신문「캠페인」을 벌임으로써 이 상황을 이용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고 권유하고 있다.
방송「뉴스」신문을 통해「스테렝」장군의 추악한(?) 이면을 알게 된「프랑스」인들은 『「미라지」의 아버지가 이럴 수 있는가!』『우리의 하원 부의장이 미국의 산업「스파이」였다니!』『매국노! 배신자』제각기 한 마디씩 격분에 사로잡혀 부들부들 떨었다.
이제「프랑스」인에게는「미라지」를 못 판 것보다 한 장군의 배신행위가 큰 문제로 부각되었으며「유럽」4개국이 구매키로 한 전투기가 결국은「노드로프」의 F-17 아닌「다이내믹스」의 F-16이 되었지만 그것조차 문제 밖이 되었다.
6일에「스테렝」장군의 교통사고는 작년 11월 문제의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그의 아들이 간신히 저격에서 모면한 일이 있었던 터라 의문에 의문을 낳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석간지 「프랑스·스와르」기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미 항공산업이 당신에게 뇌물을 주어 왔다는 증거가 나왔다!』
이 목소리에 당황한 그는 수화기를 놓고「오페라」좌 16번지에 있는 사무실(「알제코」 회사)을 나왔다. 그러나 그는 그가 무고하다는 증거서류를 갖기 위해 다시 사무실에 갔다가 그의「아파트」가 있는「시르크」로 가려고「택시」를 잡으려 했다. 주말인 금요일이라 이것도 힘들어 걷기로 했다…. 바로 그 직후 사건이 터진 것이다. 여기에는 단순 교통사고의 제1가설이 있을 수 있다.
한 가정의 어머니인 사고「버스」의 운전사는 그가「버스」를 발견하고 뒤로 물러났다가 손에 들었던 문서와 지갑을 떨어뜨리면서 차도에 다시 들어왔다고 했다. 이때 급정거를 했으나 그는「버스」우측에 부딪치고 말았다는 것이다.
제2가설은 살인음모. 한 목격자는 그가 너무나 큰 충격의 반동으로 차도로 뛰어들었다고 했는데 뒤에서 밀었을 가능성을 말해 준다.
그는 아들사건 말고도 지난 1월16일에 사무실에서 나오다가 3명의 괴한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서류가방을 빼앗긴 일이 있다.
그때부터 그는 호위를 받았으나 이날은 뇌물을 받았다는 말을 들은 뒤 그 충격 때문에 당황한 탓인지 호위가 없었다.
마지막 가설은 자살 설- 그는 국민으로부터 이미 배신자·매국노란 지탄을 받아 왔으며 모든 직위를 박탈당한 처지에서 미국의 뇌물을 받았다는 치부가 다시 폭로되자 자살충격을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스테렝」여사는『자살을 할 사람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과연 그는 왜 그의 조국을 위해 일하지 않고 미국을 위해 일했는가.
그리고 사고원인은 정확히 3개의 가설 중 어느 것인가. 두 개의 「미스터리」가 미해결의 장으로 남는다. 첫째「미스터리」는 그가 열렬한 대서양 동맹주의자라는 점에서 하나의 암시를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사고 때 떨어뜨린 서류 중에는「키신저」가 보낸 편지 1통이 있었다.
이 편지에는「미라지」제작회사인「다소」항공의「메르퀴트」기에 미국의 새로운「제트·엔진」을 장비 하는데「제너럴·일렉트릭」측과 협의하겠다는 약속을「키신저」가「스테렝」장군에게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그의 열망은 미-불의 항공공동개발을 통한 대서양 동맹체제의 확립이 아니었을까. 이 두개의「미스터리」는「스테렝」장군이 결국 사망했기 때문에 영원한 의문 부로 끝나게 되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