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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군사전문가들이 본 북괴의 전쟁준비|이기원<국방대학원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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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쟁물자 생산에 박차>
북괴가 불법적으로 또다시 대남 무력침략을 감행할 것인가를 판단한다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북괴의 의도와 능력을 평가하면 그들이 채택할 가능성이 있는 행동방책을 도출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북괴는 한반도의 적화통일이라는 기본목표를 설정한 이래 한시라도 이 목표를 수정 내지 포기한 일이 없었다. 예를 들면 72년 7월4일 이른바 7·4공동성명을 발표하여 평화적 통일에 관한 3대 원칙을 천명하고 남-북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동안에도 이 목표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러한 적화통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 다름 아닌 북괴의 혁명전략이다. 그러나 여기에 있어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혁명이라는 정치적 과제를 공산주의자들이 전쟁과 밀착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원래 혁명은 국내 정치사항이며 전쟁은 국제정치사항 임에도 불구하고 공산주의자들은 이 양자를 전쟁의 차원에서 통일시킴으로써 혁명=전쟁이라는 등식을 구성해 놓았다.
북괴의 경우에 있어서도 그들이 말하는 혁명전략은 궁극적으로 대남 무력침략을 의미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북괴는 그 능력 면에 있어서도 단기전 수행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북괴는 그 동안 북한지역을 혁명기지로 강화해야 한다는 목표아래 정치적으로는 김일성 유일 사상에 입각한 1인 독재 체제를 확립하고, 경제적으로는 군수공업육성을 비롯하여 각종 전쟁물자의 생산과 비축에 박차를 가했으며 군사적으로는 휴전선부근의 병력을 증강하고 신 장비를 배치하여 남침 준비태세를 갖추었다.
특히 주목 할 만한 사실은 군사 면에 있어서 중-소 대립을 계기로 한 경합적인 중-소 양국으로부터의 군사원조로써 북괴가 각종 화력과 기동장비를 증강시켰을 뿐만 아니라 4대 군사 노선에 입각하여 전 주민을 무장 화하였다는 것이다. 또 북괴는 일직이 모택동 전략에서 실효를 거두고 월남전에서도 많이 활용되었던 지하「터널」을 휴전선 일대에 여러 개 구축하여 남방한계선 깊숙이 침투하고「두더지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이와 병행하여 동서 양 해안에서의 도발행위를 자행함으로써 전쟁구실을 유도하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이와 같이 북괴는 모든 분야에서의 전쟁준비를 서둚으로써 기회 있을 매마다 전쟁준비를 완료하였다고 호언 장담 하였다. 북괴는 이와 같은 전쟁준비 아래서 이른바 결정적 시기의 도래만을 대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북괴는 이 시기가 자연적으로 도래할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원세력 획득에 광분>
인위적으로 이 기회의 도래를 촉진시키기 위하여 한국에 무장공비를 대량 투입시켜 정치·사회적인 불안을 조성하는가 하면 국제적으로는 인지반도의 적화를 기화로 중공을 비롯한 공산국가와 비동맹국가를 동분서주하면서 전쟁 지원세력획득에 혈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북괴가 결정적 시기를 포착하여 재침을 감행하는 경우 1950년의 한국전쟁과 비교하여 주요한 유사점은 무엇이며 차이점은 어떠한 것일까.
유사점은 첫째 북괴의 전쟁명분이다. 공산주의자들은 전쟁을 정의의 전쟁과 부정의의 전쟁으로 구분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반혁명에 대한 혁명전쟁」「식민전쟁에 대한 민족해방전쟁」등을 내세움으로써 그들의 선제공격에 의한 침략전쟁을 정의의 전쟁이라는 범주에 귀속시키고 있다. 따라서 북괴의 경우도 이것을 받아들여 6·25가 당시 불법남침을 정의의 전쟁이라 부르고 남한의 민족해방이라는 가당찮은 전쟁목적을 제시하였던 것이다. 앞으로 북괴가 재침할 경우에 있어서도 여기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둘째, 북괴는 속전속결의 단기결전을 감행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수도 서울의 공략을 시도할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에 있어서도 북괴는 3일만에 서울을 점령하고 부산의 교두보에 압력을 가했던 것이다.
북괴는 재침의 경우 서울∼부산방면의 축 선에 공격을 집중시킬 것이며 기타지역에 대한 공격은 어디까지나 조공 양동 작전의 역할을 담당토록 할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여러 형태의 도발예정>
차이점은 첫째, 한국 전쟁당시에 있어서는 우리 정부가 수립되어 얼마 안 되었을 때였으므로 국군은 군정하의 경비대 성격을 완전히 탈피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장비 면에 있어서도 보 잘 것이 없었다.
이에 반하여 북괴군은 괴뢰정권 수립이전에 이미 창설되었으며 소련으로부터 제공된 군사원조에 의하여 무장되어 있어 국군에 비하여 압도적으로 우세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에 있어서는 북괴가 비록 전 주민을 무장 화하여 전쟁준비를 완료하였다고는 하나 우리 국군의 방어능력도 질량 면에 있어서 획기적으로 강화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북괴가 오판에 의하여 재침하는 경우 전쟁양상은 6·25환 전쟁당시 와는 크게 다를 것이다. 즉 우리 국군은 결코 후퇴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남북한의 무기 체계 면에서의 증강과 현대식의 것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피 아 전후방에 있어서의 피해율은 6·25 당시와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둘째, 오늘날에 있어서는 미군을 주축으로 하는「유엔」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어 전쟁억제력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만일 억제가 실패했을 경우 보복 역으로 역할 할 수 있는 태세에 있다는 점이다.
셋째, 한국전쟁당시 북괴는 어느 정도의 항공세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에 의한 선제기도 공격은 감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남침할 경우에는 중동전쟁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수적으로 우세한 북괴공군이 목표지점에 대하여 기선공격을 감행하고 서전에 있어서의 주도권을 장악하려고 할 것이라는 점을 들지 않을 수 없다·
네째, 북괴는 여러 형태의 전쟁을 도발해 올 것이다. 즉 정규전과 비정규전의 배합은 물론이거니와 때에 따라서는 국부적인 지역에 대한 공격으로써 국군의 방어태세를 점검하는 동시에 국제적 개인의 구실을 제거하기 위하여 그 지역의 점령을 기정 사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끝으로 북괴가 재침하는 경우 그 전쟁은 총력전화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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