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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전술 핵 방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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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인지공산화 이후 강화되어 온 미국정부 지도자들의 대한방위공약 준수발언은 드디어 북괴남침 시 전술핵무기 사용용의 표명으로까지 발전했다.
「슐레진저」미 국방 장관은 20일 한국에 전술핵무기가 이미 배치되어 있음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하면서 필요하다면 그 사용도 신중히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미국의 대한방위 의지는 가장 강력한 형태로 표명되었다고 볼 수 있다.
「슐레진저」장관은 2년 전부터 선택적 제한 핵전론(LNO)을 주장해 왔으며, 이는 인지 전 패배 이후 미국의 정책으로 채택되었다.
LNO는 핵무기를 인구 밀집지대나 도시를 피해 군사기지와 산업시설 공격에만 한정적으로 사용한다는 전술 개념이다.
지금까지와 같은 인구 밀집지대에 대한 대량파괴 수단으로서의 핵무기는 여러 가지 이유로 실제 사용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어 외교·군사적 수단으로서 효용이 적어 졌다는데 LNO의 발상 근거가 있다.
외신에 의하면 이미 미 공군 B-52폭격기 승무원들은 LNO훈련을 받고 있다고도 전한다.
다만 전술핵무기의 사용은 통상병력의 균형이 이뤄지지 않거나 깨지는 경우에만 한정토록 되어 있다.
미국 안에선 일반적으로 이 선택적 제한 핵전론이 미 주와 서구 피침시만 해당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던 것이나,「슐레진저」의 발언으로 이를 한반도에도 적용한다는 미국의 의사가 분명해진 셈이다.
「슐레진저」는 한국 피침시의 전술 핵사용은『통상전력의 감소로 적을 격퇴하기 위해 핵무기의 빠른 사용 이외에 대안이 없을 때』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산경 신문은「슐레진저」발언을 통상병력의 공격에 대한 핵무기 선제 사용가능성 표명에 초점을 두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에 의하면 미국은 사전에 북괴에 핵사용을 경고하고 이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핵 공격을 가할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LNO는 실제로 핵을 사용하기보다는 침략행위를 사전에 억지 하자는 데 그 근본 목적이 있다.
2차대전이 끝난 뒤 한반도 핵무기가 사용되지 않았다는 역사는 핵무기의 동원을 억제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핵사용 의지를 과소평가 해선 안 된다. 왜냐하면 앞으로 미국은「아시아」의 전쟁에서 또다시 월남전과 같은 장기 소모전을 감내 할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참전할 경우 가능한 방법은 핵무기까지 동원한 대량보복으로 전쟁을 단기간에 끝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미국의 한반도 방위전략은 단순히 침략저지란 소극적 방어에서 침략의 경우 대량보복이라는 적극방어 개념으로 바뀌었다고 봐야겠다.
사실 전쟁의 억지를 위해선 마땅히 오판으로 침략 전을 일으킬 경우 대량보복을 당해 자멸한다는 의사가 적에게 분명히 전달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슐레진저」의 핵사용 고려발언은 전쟁억지란 면에서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 땅에서 핵무기가 사용된다면 이는 민족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남-북한 5천만 민족은 이 비극적 핵전쟁의 희생물이 되어서는 아니 되겠으며 오직 평화적 수단에 의한 통일을 달성하여 영원한 번영과 복지를 누려야겠다. 일단 전쟁이 발발하면 수많은 동족이 피를 홀리는 일대 참사를 면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북괴는 자살적 무력남침 야욕을 포기하는 것만이 자멸과 민족의 불행을 피하는 유일한 길임을 깊이 깨우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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