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정 말 풍조>
마카오 신사가 서울 명동에서 활개치던 군정 때 사회풍조를 비웃는 말로 『들락날락 군정청, 흐지부지 재판소, 먹고 보자 ○○○, 내일오라 서울시』라는 노래(?)가 있었다.
이 노래의 연유를 알아보기 위해 간략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해방이 됐으나 국민들은 생활의 방향을 잡지 못해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었다. 미군정이 실시되었으나 미·소 공동위원회가 결렬되고 정치는 혼미상태를 거듭했으며 물가고로 인한 민생고가 큰 문제였다.
군정청은 정치·경제·문화 등 각분야에 걸쳐 일본적인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일본인들의 조속한 송환, 구 법령의 폐지, 토지개혁 등을 실시하는 한편 「가리오·플랜」(점령지역 행정구제계획)에 따라 4억1천만달러의 무상원조와 1억4천만달러 상당의 잉여물자를 한국에 제공했다.
그러나 한국실정에 어두웠던 군정당국의 제반정책이 크게 성공을 거두지 못하여 각 분야에 걸쳐 혼란이 많았다.
특히 군정당국의 관리인사정책의 난맥상은 두드러졌었다. 일정치하에서 관리로 있었던 사람은 친일파운운하며 따돌림을 받았는가 하면 군정요인들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면 행정경험이 없어도 관직에 앉을 수 있었다. 그 틈에 엽관배나 날뛰었고 뇌물을 둘러싼 배금사상이 싹트기 시작했다.
「들락날락」하는 이야기는 관리들이 자주 바뀐 것을 비웃는 말이었다. 또 앞서 말한 풍자 노래는 「돈」독이 올라 눈이 벌겋던 풍조를 잘 대변해주었다.
그러나 관리들이 전부 부패했었던 것은 아니고 박봉에도 불구하고 나라의 앞날을 생각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일했던 사람도 많았다.
영국제 양복, 서독제 안경, 스위스제 시계, 이탈리아제 모자 등 고급외래품을 찾기 시작한 것도 바로 미군정 때부터였다.
마카오 무역이 시작되자 이 고급외래품으로 어쭙지않은 모양을 낸 마카오 신사가 서울명동을 휩쓸고 다녔고 시중에는 양담배·양주가 넘쳐흘렀다.
이같은 세태속에 세관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인사청탁도 많았고 밀수사건처리나 통관문제를 둘러싸고 압력도 대단했다.
그러나 2대 세관과장 남궁 박사 같은 분은 훌륭하게 일을 처리해나갔다.
미국에 유학했던 이 분은 한말에 세관근무경험이 있었고 오랫동안 선교사업에도 종사하여 국내사정에 밝았을 뿐만 아니라 군정당국과도 의사소통이 잘되어 관세행정발전에 기여한바 많았다.
1946년10월 법령 제l백16호로 공포된 개정관세법이 거의 무관세상태였던 것을 1948년 종가세 1할균일제로 고친 일, 시가역산제를 채택하여 관세의 증수를 기한 일, 보세창고법을 고쳐 밀수의 온상이었던 보세창고의 장치기간을 6개월로 단축하고 이 기간에 반출하지 않은 물품은 강제공매케 한 조치 등은 남궁 박사의 공적이었다.
당시 인천세관 관내에서 주로 중국인들이 경영하던 보세창고에 오랫동안 쌓여있던 외제물품이 교묘하게 유출되었기 때문에 이를 강제처분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도 미 고문관들은 장치기간 단축계획을 비민주적이라고 반대했었는데 남궁 박사가 끈질기게 설득,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의 공로는 관세수입면에 바로 나타났다. 46년 1천4백만원, 47년 2억8천만원이던 관세수입이 관세법개정·장치기간단축 등에 힘입어 48년에는 15억6천만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일부 비위세관원도 없지 않았는데 인천에서는 외항선에 승감한 직원이 돈을 받고 선원들의 밀수를 눈감아준 사고가 일어났고 부산에서는 가짜 면상인줄 알면서도 뇌물에 넘어가 설탕을 출고시켜주고 도망간 사례도 있었다.
47년11월에는 인천에서 웃지 못할 사건이 발생했다.
가짜화주가 진짜화주 몰래 수입물품을 통관해가고 중국인 진짜화주가 나타난 것이다.
세관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화주가 선박회사에 배상을 요구하고 선박회사 대리점이 군정당국에 진정을 하는 바람에 불똥은 세관에 떨어진 것이다.
사건은 중국인화주가 원가대로 판상을 받아 매듭지어졌으나 당시에는 이와 비슷한 사기사건이 많았다.
군정말기에 접어든 l948년1월 당시 일선세관장을 보면 인천 김준덕씨(현 무역업) 부산 장기빈씨(전 부통령 장면씨 부친) 군산 필자, 목포 정문성씨, 묵호 조원하씨였고 세관직원은 모두 5백명 정도였다. <계속>계속>군정>
(1369) 제46화 세관야사(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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