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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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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속전속결」은 현대전의 특이한 양상 같다. 핵을 제외한 현대 무기의 총 전시장이나 다름 없었던 67년의 중동 전은 불과 6일만에 끝이 나고 말았었다. 바로 이 「6일전」은 현대전의 한 「쇼케이스」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들은 어느 상대국을 보아도 그 전의로나, 병력으로나, 무기의 구조로나 막상막하였다. 하지만 전쟁은 일요일에 시작, 6월8일 토요일에 끝이 났다.
제4차 중동전도 역시 17일만에 끝이 났다. 상황은 6일전보다 더욱 심각하고 급박했지만, 1973년1월6일에 개전, 23일에 정전이 선언되었다. 「아랍」 세계는 「이스라엘」보다 훨씬 우수한 무기와 우세한 전세로 이 전쟁을 이끌어 갔지만, 결국 전략적으로 승세는 역전되는 듯한 인상마저 주었었다. 제공 능력이 앞서 있었던 것 같다.
속전속결의 논리는 현대 무기의 특성에서 비롯되었다. 우선 「미사일」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미사일」은 원래 원시인들이 투석전 때 쓰는 화살 끝에 돌을 단 무기를 뜻하는 말이었다. 현대전에서도 그 진면목은 역시 이 「미사일」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오늘날 「미사일」은 한가지 기능에 그치지 않고 있다. 공격에서 방어로, 다시 방어에서 공격으로, 끝없는 반격에, 다시 반격을 거듭하는 기능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이런 「미사일」만으로는 어느 편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전략가들은 이런 무기의 개발로 두 가지 걱정을 떠맡게 되었다.
하나는 누가 얼떨결에 「버튼」을 잘못 눌러 그것이 전쟁으로 비화·확대되는 이른바 「우발 전쟁」의 위험이다. 이 경우는 실로 비극을 위한 비극일 뿐이다. 다른 하나는 승세는 오로지 시간에서 비롯된다는 불안이다. 「전략 부재의 전쟁」이 되기 쉽다는 뜻이다. 누가 재빠르게 「버튼」을 먼저 눌러 상대를 제압하느냐는 문제는 전략가들에겐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그 때문에 탐지 기능이 고도로 발달하고 있다.
한편 대량 살육의 무기는 속전속결을 불가피하게 한다. 일시에 많은 병력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인해 전술과 같은 작전은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병력의 무한 소모를 감당하며 전쟁을 계속할 수도 없는 것이다. 결국 결정적인 타격을 입는 쪽이 전쟁을 단념하지 않으면 안되게끔 되었다. 더구나 핵무기는 그런 가공할 살육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전쟁의 발발을 자제하는 역기능을 발휘한다는 사고 방식도 있다.
요즘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의 한 「칼럼」은 속전속결의 논리를 한국에도 적용하고 있다. 남침이 있을 때 화력으로 맹격, 보병으로 소탕-, 9일이면 끝이 난다는 「9일전」설이다. 실제로 이것은 주한미 고위 장군의 작전이기도한가 보다.
공식 확인된 것도, 또 확인할 수도 없는 것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도의 감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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