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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복합 요인이 세계 경기를 좌우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학문이건 세상 살이건 나무를 보기는 쉬워도 숲을 보기는 어렵다. 이 점은 세계 경제의 현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자원 문제·국제 수지·「인플레」·불황 중 어느 한가지에 「액센트」를 두고 접근했으며 따라서 그들이 내린 해석은 조금씩 편파적이었다. 그런데 근착 「타임」지는 「저널리즘」 특유의 광각「렌즈」로 세계 경제 전반을 불감했다. 이하 그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편집자주>
세계 경제가 72∼74년 초까지의 대호황을 구가한 뒤 제일 먼저 부닥친 문제점은 자원의 유한성 내지 고갈이었다.
이 바람에 석유·곡물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고 고무·구리·주석·설탕 등 거의 모든 천연자원 가격이 장단을 맞추었다.
원자재 값이 뛴 이상 공산품 값이 오른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인플레」라는 또 하나의 수렁이 추가된 것이다.
한대 천연자원 가격의 급등은 자원 수출국의 지위를 크게 바꾸었다. 돈이 한쪽으로만 몰리니까 자원 수입국의 외환 사정은 극도로 악화되었고 급기야는 전면적인 돈 부족 현상을 가져 왔다.
이로써 두번째의 수렁이 인류 사회의 앞을 가로막은 셈이다. 「인플레」를 억제하고 돈 부족과 국제 수지 악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각국이 총 수요 억제·수입 축소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72년 이후 공전의 확대 정책으로 치닫던 세계 각국이 급작스레 긴축일변도로 돌아서자 이번에는 불황이 보편화되었다. 세번째 수렁이 추가된 것이다.
그런데 겹겹이 앞을 가로막은 이와 같은 문제점에 대해 각국 정부는 지극히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산유국이 원유값을 올리면 곡물 수출국은 식량 위기 조성으로 대응했으며 이러한 불륜의 악순환은 국제 수지·불황 부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예컨대 어느 한나라가 국제 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평가 절하·「세이프·가드」 등의 조치를 취하면 강대국 역시 똑같은 연쇄 반응을 일으켰고 이 때문에 세계 경제 위기는 갈수록 심화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암울한 「터널」 저편에 한줄기 햇볕이 보이기 시작했다.
「인플레」도 수그러들기 시작했고 불황도 바닥을 지난 기세이며 유동성의 편재도 시정되고 있는 것이다.
한데 재미있는 것은 이와 같은 치유 현상이 실상 모순 배격의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모순의 격화가 폭발함으로써 달성되었다는 점이다. 「이크너미스트」지가 조사한 원자재 가격지수가 74년 하반기부터 계속 떨어졌고 원유를 제외한 원자재 가격 역시 하락 일로다. 하지만 이것은 생산국의 자율적인 가격인하 덕분이 아니라 불황 심화로 인한 수요 감퇴 때문인 것이다.
미국의 경우 실업률이 41년이래 최고 수준인 9·2%에 달했으므로 재고 누적에 따른 가격인하는 불가피한 추세였다. 마찬가지로 원유를 제외한 각종 원자재 가격의 하락 역시 수입국의 외환 부족과 이에 따른 수요 감퇴의 반작용이었을 뿐이다.
어쨌든 문제점들은 이제 풀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 수렁을 통과했다고 해서 72년에 겪었던 것과 같은 대호황이 재현될 가능성은 없다.
당시에는 세계 각국이 동서에 팽창 정책을 추진할 정도로 환상이나마 국제 경제 질서에 대한 신뢰감이 있었지만 이러한 신뢰감은 이번 위기를 겪으면서 완전히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것은 현명한 판단이기도 하다. 지난해 중에도 국제 유동성은 22%나 증가한 터이므로 섣불리 확대 정책을 택했다가는 또 한 차례의 파멸적인 「인플레」가 찾아올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인 것이다. <타임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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