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계획 목표 사이의 모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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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끊임없는 성장 없이는 상품 생산 경제가 지탱될 수 없다는 사실은 현대 경제학이 구명한 가장 큰 성과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계속 증가해야할 뿐만 아니라, 소비도 같은 보조로 증가해야 한다. 이른바 「정상 상태」라할 경제적 황금시대란 GNP·투자, 그리고 저축이 같은 비율로 성장해야할 뿐만 아니라 분배율이 기술적으로 「중립성」을 유지해야 이룩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의 경제는 황금시대를 보증할 수 있게끔 제 비율이 같은 속도로 성장하기는 어려운 것이며, 때문에 자본 제 경제는 그 특유의 논리적 속성으로 말미암아 항상 불안정하게 성장하는 것이다.
우리가 지난 15년간의 계획적 성장 과정에서 경험한 바에 따르더라도 성장률 이외에는 계획이 계획대로 현실로 구체화하지 않았던 사실은 바로 그 고유한 불안정성과 불확실성 요인 때문이었다.

<성장률의 의미>
이러한 경제 논리를 전제로 할 때 우리는 성장률을 높게 유지해야 할 강력한 유혹에 빠지는 것이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정부가 제4차 계획 지침에서 성장률을 9%로 일단 가정함으로써 제3차 계획의 8·6%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예정하고 있는 것도 성장률의 감속에서 오는 조정 과정의 난점을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8%의 성장보다는 9%의 성장이 더 바람직하고, 그 보다는 10%의 성장률이라면 더욱 좋은 것이다. 다만 그러한 높은 성장률이 국민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보증할 뿐만 아니라, 경제의 「자립성과 안정성」을 보증한다는 단서가 충족될 때 비로소 높은 성장률이 낮은 성장률보다 소망스럽다는 것뿐이다.
종전과 같이 높은 성장률이 높은 부채 축적률, 높은 대외 의존률, 높은 물가 상승률, 그리고 국제 수지 역조의 심화 등을 수반하지 않고서 9%의 성장률을 4차 계획에서 성취할 수 있다면 아무도 9%의 성장률을 마다하지는 않을 것이다.

<계획의 목표>
다음으로 제3차 계획에서는 농어촌의 혁신적 개발, 수출의 획기적 증대, 중화학 공업의 건설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던데 반해서 4차 계획은 자립 경제·사회 개발·기술과 능률의 개발을 기본 목표로 하고 있다.
시대적 요청을 민감하게 반영한 GMS적은 있으나 그것이 정당화되려면 식량의 자급책은 3차 계획의 성과로 보완하는 것인가, 수출의 획기적 증대 없이도 현재의 경제 저조를 지탱할 수 있는 것인가, 중화학 공업의 건설은 이제 완성 단계에 이른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해서 긍정적인 대답이 나와야 할 것이다.
오히려 식량 자급 정책은 계속 추구되어야 하고 우리의 경제 구조로 보아 수출은 어차피 계속 증대되어야 할 수밖에 없으며, 중화학 공업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건설해야 할 단계인 것이며, 또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9%의 성장률을 달성할 효과적인 방법도 찾기 힘드는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4차 계획의 기본 목표는 제3차 계획의 기본 목표를 개칭한 것이지 수정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해야 할 듯 하다.
한편 기본 목표가 무엇을 상징하든 9%의 성장을 보증키 위해서는 수출은 계속 촉진시켜야 하고 중화학 공업도 계속 박차를 가해서 건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안정된 세계 경제 질서를 전제로 해서 보다 많은 외자의 도입과 수출이 균형되는 국제적상황은 불가피하게 전제되어야 한다. 물론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국제 경제 동향 때문에 국내 계획을 미룰 수 없다는 논리가 성립된다는 사실을 묵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동시에 예상할 수는 없는 국제 경제 정세를 안정적인 것으로 가정하거나 조만간 안정될 것으로 가정해서 대외 의존도가 75%를 넘는 우리가 대담한 국내 계획을 수립, 집행하는 위험성은 깊이 고려해 보아야 할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국내 저축과 사회 개발>
정부는 국제 경제 정세가 크게 변화한 것을 감안해서 수출 증가율보다 훨씬 낮은 수입 증가율을 계획하는 한편, 외자 의존율을 낮추기 위해서 국내 저축율을 30% 수준까지 끌어 올리려는 계획을 생각하고 있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크게 보아 수입 기계는 국산 기계로 대체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며, 소비 물가율을 억제해서 투자 증가분을 저축 증가분으로 메우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장률을 지탱하는 기둥이 수출에서 중공업 생산 증대로 이행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고 사회 개발을 위한 투자 확대가 수출 대신 성장률을 지탱하는 지주로서 등장할 것을 전제로 한다면 저축률이 성장률을 보증할 만큼 증가하기는 힘들다는 애로가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물론 사회 개발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단계이므로 그것이 저축률에 미치는 영향을 성급히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그러나 크게 보아서 사회 개발은 직접적으로 상품 생산 증대를 뜻하지는 않는다는데 이론이 있을 수 없으며, 때문에 사회 개발 투자가 확대되면 될수록 실물 생산과 대체 수요 사이에는 괴리의 폭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리가 그러하다면 사회 개발 비용의 확대는 「인플레」 요인의 축적인 동시에 저축률 제고와는 모순 관계가 될 공산이 짙다. 반면 시회 개발을 투자 개념이 따르지 않는 분배 문제로 국한시킬 때 그것은 GNP 성장의 지주로서는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모순이 제기된다.

<능률 혁신과 대규모화>
또 기술과 능률의 개발은 추세 상으로 보아 자본 장비율의 제고를 통해서 실현되는 것이며, 때문에 단위 투자 당 고용 인원수는 급속히 감소해야 한다.
그러므로 노동집약적인 산업보다는 자본집약적인 산업의 건설을 예정하는 것이며 그것은 곧 대단위 투자이기 때문에 대기업의 더 큰 대규모화를 전제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기업은 갑자기 출현할 수 없는 것이라면, 기존 재벌을 통해서 자본집약적인 대단위 투자를 추진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그러나 5·29 조치 이후 현존하는 대기업이 신규 투자를 담당할 능력이나 여건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새로운 대단위 투자를 담당할 조직의 문제가 제기될 것임을 예상해야 한다. 요컨대 제4차 계획이 계량화되기까지에는 아직도 시간적인 여유가 많이 있으므로 기본 목표나 총량 개요에 내포된 여러 가지 시사점을 충분히 검토해서 한층 규제된 계획을 마련해 줄 것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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