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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42% 국고 의존, 국립대부터 구조조정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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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부 지원이 많은 국립대와 그렇지 않은 사립대를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건 불합리하다.”(김기언 경기대 총장) “여건이 나은 국립대부터 구조조정하고 사립대는 1~2학기 뒤에 하자.”(이상렬 청운대 총장)

 지난달 5일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총회에서 나온 사립대 측 주장이다. 연내 도입할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국립대와 사립대를 한데 묶어 평가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한 반발이다. 경북의 한 사립대 총장은 “국고 지원을 많이 받는 국립대와 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대를 함께 평가하면 사립대가 불리할 게 뻔하다”며 “어려움 속에서 개혁을 해온 사립대만 죽고, 세금으로 ‘땅 짚고 헤엄쳐 온’ 국립대는 살아남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립대 시각에선 국·공립대는 ‘개혁의 무풍지대’다. 이화여대 박정수(행정학) 교수는 “국가로부터 인건비·성과급·시설까지 지원받지만 국·공립대들은 학생·지역사회에 맞춘 변신 노력 대신 교수들 입맛에 맞는 교육과정·제도를 고집하고 있다”며 “공공부문(국·공립대)이 민간부문(사립대)에 모범을 보여야 할 텐데 현실은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정부·지자체가 2012년 국립대 42곳에 준 각종 국고보조금은 이들 대학 재정의 42.5%에 이른다. 사립대는 16.7%에 그쳤다. 국립대 등록금(2013년, 410만원)은 사립대(735만원) 절반 수준이다. 여건은 낫지만 체질 개선엔 둔감한 편이다. 교수의 승진·재임용 기준 등이 느슨해 ‘국립대 교수는 성희롱·표절만 안 하면 정년은 간다’는 말도 나돈다.

 정부는 몇 차례 개혁을 시도했으나 진척은 더디다. 노무현 정부는 국립대 18곳을 짝지어 9곳으로 통합하고 학생 정원을 약 10% 감축했다. 그러나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통합 국립대 9곳 중 7곳은 학생이 줄었는데도 직원은 늘렸다. 이명박 정부는 국립대 법인화를 내걸었으나 서울대 법인화 이후 “원하는 곳만 법인화하겠다”고 물러섰다.

 이화여대 박 교수는 “박근혜 정부엔 뚜렷한 국립대 개혁 프로그램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가·지역사회의 요구와 수요에 맞춘 특성화를 주문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들은 ▶석·박사 중심의 4년제 연구대학 ‘UC’(10개) ▶학부 위주 교육중심대학 ‘CSU’(23개) ▶교양·직업교육 중심인 2년제 대학 ‘CCC’(112개)로 나눠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성균관대 배상훈(교육학) 교수는 “국립대들은 ‘백화점식 학과 운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국립대가 모범을 보여 개혁을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성탁·천인성·윤석만 기자, 경산=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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