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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 제거작업에 편승한 부조리 「모함투서」가 많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서정쇄신의 회오리가 휩쓸고있는 각급 관가에 부조리 제거작업에 편승한 거짓투서와 진정서사태가 적지 않다. 서정쇄신작업이 4개월째로 접어드는 10일현재 각 부서에 접수되는 각종투서·진정서·제보는 하루평균 10여건으로 지난해에 비해 10∼20%가량 늘어난 추세. 이같은 투서와 제보들 가운데는 근거도 없이 남을 모함하거나 헐뜯는 내용으로 무책임하고 비뚤어진 시민정신을 나타낸 것들도 많았다. 관계관들은 『오랜 병폐인 거짓투서나 일부 모함이 서정쇄신에 편승하여 선의의 사람들로 하여금 곤욕을 겪게 하는 등 불신풍조를 일으키는 사례를 낳게 하고있다』고 지적했다.
각 부처에 접수된 거짓투서나 제보가운데는 평소에 원한을 가졌던 상대방을 모함하기 위해 특정공무원이나 관계자가 업무를 둘러싸고 돈을 받았다는 내용이 가장 많고 한직으로 밀려난 공무원이 상사를 모함하거나 경쟁업체를 모함하기 위해 부정을 근거도 없이 고발하는 것들이 대부분.
또 단순히 관계기관을 골탕먹이기 위해 장난기로 투서나 제보를 하는 것들도 많았다.
내무부 등 관계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이같은 거짓투서들은 모두 무기명이거나 이름을 써도 조사해보면 가명으로 드러난 것들.
그러나 서정쇄신작업이후 가뜩이나 눈치작전을 펴오던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필요이상의 잡음을 낼까봐 겁을 내 한층 몸을 사리는 바람에 업무가 지연되고 관계기관 사이의 협조체제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가 하면 공무원들의 사기가 저하되는 부작용을 빚기도.
특히 일선시장·군수들의 경우 가관장끼리 업무협의모임이 있을 때 갖던 간단한 회식마저 꺼려하고 새마을사업장 등에서 농민들과 막걸리를 나누며 대담을 나누던 일조차 다투어 중지하는 등 기관장활동을 위해 최소한 필요한 활동마저 못하게됐다고 했다.
내무부의 경우 본부 민원담당관실에 접수되고있는 공무원 비위관계 투서는 하루평균 2건으로 한달에 60여건이나 이 가운데 80%가 허위내용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7일 접수된 한 투서에는 『강원도의 K경찰서장이 지난해 추석 때 수백만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내용. 그러나 조사결과 K서장은 표창을 받은 모범경찰관으로 투서내용은 전혀 허위임이 밝혀졌던 것.
경찰은 투서에 적힌 「이중림」이란 사람을 찾았으나 가명으로 밝혀졌다.
또 지난주 서울시경에는 『중구소재 모 다방은 과표가 5백만원 상당이나 구청과 세무서에서 봐주어 1백만원 상당의 세금만 내고있다』는 내용의 투서가 날아들었으나 조사결과 경쟁업자의 근거 없는 모략으로 드러났다.
민원부서가 가장 많은 서울시의 경우 공무원의 부정과 비위를 고발하는 투서가 서정쇄신 전에 비해 12%정도가 늘어났다. 지난 1월이래 8백10건, 70%가 무기명.
문교부의 경우 최근 접수·처리한 교육관계 부조리진정·고발건수는 월평균 2백여건으로 서정쇄신 전의 월 1백80여건에 비해 20여건이 늘어났다.
고발 및 진정내용은 부교재 강매·잡부금 징수 등이 대부분. 문교부는 이를 내용별로 분류, 그중 일부를 직접 처리하고 대부분 관할교위에 통고, 처리토록 지시하고있으나 절반 가량이 과장됐거나 감정적인 모함 또는 사실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비공식 집계됐다.
그 예로 최근 서울 모 국민학교 5학년에 재학중인 A군의 아버지가 『부교재 강매』를 이유로 아들의 담임교사 K씨를 문교부에 구두 고발했었다. 그러나 진상조사결과는 사실과 너무나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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