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대중공수교의 속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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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작년 9월 「이멜다」여사 방중 후 9개월 안에 이뤄진 「마르코스」의 북경행은 대중공 불신태도 종식과 66년 집권 때 제창한 이념 초월 정책이 절정에 이르렀음을 말해준다.
「필리핀」의 대중공 접근은 미국과 혈맹관계에 있으면서 73년부터 「체코」 「유고」등 동구 공산권과의 관계 정상화에 이어 취해지는 것으로서 앞으로 외교 평형상 대소수교의 문도 열 공산이 커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인지사태 후 미국의 군사적 보강에 불안을 느껴온 「마르코스」는 최근 자립방위를 선언하기에 이르렀고, 골칫덩이 국내안보와 경제개발해결의 실마리를 대중공 접근에서 찾으려는 의도에서 수교를 결심한 것 같다.
「마르코스」는 8억 중공을 외면할 수 없고 안보 및 경제개발을 위해서는 중공 불고려 정책은 비현실적이고 현명치 못한 것이라고 중공선회의사를 분명히 밝힌바 있다.
석유를 필요로 하는 「필리핀」은 그래서 「이멜다」여사 북경방문에서 중공과 75년까지 총75만t의 석유를 공급한다는 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비·중공간의 작년 수출입 총액이 7천7백만「달러」에 달했으나 「필리핀」은 대중공 수교로 연간 무역액이 2억「달러」선으로 증액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필리핀」에는 중공의 지원을 받는 신인민당(NPA)이라고 불리는 모택동주의 반도가 1천∼2천명이 있다.
국내 안보의 가시인 이들 반도들에 대한 불지원 약속을 중공측과 담판으로 받기 위해서도 이번 「마르코스」의 북경행이 갖는 의의는 크다.
중공이 해외 화교들에게 주거국 귀화를 종용하고 있는 시기를 맞춰 이미 「필리핀」은 「마르코스」북경행에 앞서 50만명(추산)의 화교들에게 「필리핀」사회에 동화시키기 위해 1개월 전에 귀화법을 제정했었다.
「필리핀」은 또 중공수교를 추진하고 있는 태국보다 앞질러 중공과 수교함으로씨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에서의 위치를 강화시키려는 뜻도 없지 않다.
자유중국과는 단교가 불가피할 것이나 「필리핀」과 자유중국과는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무역관계는 계속될 것이다. <이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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