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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경기|한기춘<연세대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경기 면에서는 지난 1년 반이란 비교적 오랜 세월을 두고 위축과 침체로 상징되는 겨울의 동면에서 잠을 깨고 이제 겨우 생산 기업체에 생기가 돌기 시작하고 있다고 보겠다.
의외로 이번 불황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짙다는 판단아래 일찍부터 손을 써온 기민성 있는 정부의 12·7조치의 보람도 매우 컸었다고 보나 뭐니뭐니 해도 섬유업계를 비롯한 수출호전이 의외로 빨리 오고 있다는 사실에서 경기회복의 결정적인 계기로 삼게될 것으로 본다. 또 국내정국을 비롯한 일반 사회적 여건이 과거 어느 때보다 안정되고 있어 6월의 경기는 회복세를 완연히 굳혀 줄 것으로 보여진다.
제조업의 생산 및 출하는 다소나마 안정적인 증가를 지속하고 따라서 재고도 줄어들고 있다. 5월의 수출은 비록 실적 면에서는 작년 동기 대비 90.5%, 올해의 5월 계획에도 91.2%로 부진한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나 수출의 선행지표로서의 수출신용장 도래액은 5월 한달간 5억5백5천「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이것은 우리나라 수출사상 처음으로 월5억「달러」의 고지를 점령한 셈이다. 오는 6월에는 지난 3월부터 호전되기 시작한 L/C도래액의 영향을 입어 일부 철강·합판·전자 등을 제외한 경공업 중심의 수출산업은 매우 활발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합판도 최근에는 다소 호전되고 있으며 기타 제품도 지난 4월을 밑바닥으로 5월부터 회복되기 시작한 미국의 경기추이와 더불어 일본 등 기타 선진제국의 회복세가 뚜렷한 현 시점으로 보아 하한기를 넘어서면서 크게 나아지리라 본다.
한편 수입은 3억8천7백9천「달러」로 크게 줄어 처음으로 수출이 수입을 다소나마 넘어서게 되었으며 수입의 선행지표로서의 수입인증서 발급액도 지난 5월로 연이은 2개월째 수출신용장 내도액을 하회하고 있어 6월의 경상거래의 흑자를 예견케 하고 있다.
무역외 거래 면에서도, 중동지역의 건설용역도 과거 어느 때보다 활발한 발주량을 보여주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찾는 해외관광객 수도 급격히 늘고 있으며 특히 미국사람과「유럽」사람들의 방한실적은 5월말 현재 작년 동기에 비해 23.4%, 36.9%나 늘어났으며 앞으로는 더욱 늘어날 공산이 크다.
앞에와 같은 실물 경제면에도 불구하고「인플레이션」을 두려워하는 금융통화 정책상의 긴축기조는 지속되고 있어 화폐·경제간의 괴리현상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월에도 여신액은 주로 민간부문을 통하여 4백9억원이나 늘어났으나 다시 세금이나 옛 은행 빚 갚는 형태로 환수되어 통화량은 5월중에도 고작 75억원 밖에 늘지 않아 월중증가율은 0.8%에 그쳐 작년말 통화량의 3.5%나 미달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유의할 일은 그간 가장 큰 환수부문으로 간주되어 온 해외부문이 5월에 들어 처음으로 2백62억원에 이르는 규모의 통화증발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며 6월에는 더 폭이 큰 통화증발이 수출의 호조와 더불어 일어날 것으로 보여진다.
경기의 완연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인지사태 이후의 한반도 정세의 급변은 민간기업인들로 하여금 투자의욕을 상실케 하여 신규공장 건설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 반면 해외수입 원자재 값 등은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 데도 국내 도소매 물가는 아직도 연율 20∼30%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어 전반적인 경기 정상화를 기대하기에는 아직도 좀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며 또한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이 한 가지 한 가지씩 해결되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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