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경제계획의 후생지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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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77년부터 착수할 제4차 5개년 계획지침을 마련하고 있으며 빠르면 오는 15일까지 이를 확정해 시달할 예정이라 한다.
그 동안의 경제계획은 국제여건의 순조로움과 국내적 자신감의 결합으로 오히려 초과달성이 통례처럼 돼있었으므로 후진국 경제라는 불명예를 씻는데 크게 성공한 셈이었다.
그러나 빛이 강하면 그늘도 짙다는 격으로 성공적인 개발추진이 대외 의존성의 심화, 산업구조의 불균형, 지역간·계층간 격차의 확대, 식량·「에너지」등 자원 자급률의 저하 등 문젯점을 제기시킨 것도 숨길 수 없다.
더욱이 유류 파동·자원파동 이후의 세계질서는 구질서의 붕괴와 새 질서의 형성이라는 과도적인 혼란을 거듭하는 가운데 아직도 정착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안정적인 국제적 여건을 전제로 해서 국내계획을 수립해도 무방했던 1∼3차 계획방식을 4차 계획에서도 그대로 답습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계획의 기술적 문제에 앞서 깊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4차 계획은 국제정세에 대한 통찰력 여하가 문제되는 것이지 계획기술은 과히 염려할 것이 못된다.
그러므로 종전의 계획과는 달리 국제경제의 추이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서 계획의 안정성이나 성패가 좌우된다는 점을 계획당국은 각별히 유의해서 기본지침을 확정 시켜주기 바란다. 바꾸어 말하면 종래의 계획에서는 기본지침은 거의 유명무실해도 그런 대로 좋았지만, 4차 계획은 세부계획보다 기본지침을 어떻게 잡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성장률 8%·수출 1백억「달러」·조세부담률 20%등 계량적 요소는 계량기술상 불가피한 것이지만 계획의 질적 차원은 계량적 개념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종래의 계량방식처럼 투입물량이 있으면 당연히 산출물량이 나오는 산술적 연산만을 계획으로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선 1∼3차 계획의 추진력이었던 행정력과 외자라는 2대 축을 4차 계획에서도 계속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 동안의 계획에서도 외자의존률이 단시일 내에 저하되어 국내수지 흑자를 곧 바라 볼 수 있는 것으로 상정했던 것이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던 것을 상기해야 한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로 사실에 가까운 외자계획을 수립할 수 있느냐를 철저히 검토해야 할 것임을 강조한다.
또 자본제 경제의 계획화가 결과적으로 행정주도형이 되며, 동시에 독과점 강화, 지역간·계층간 격차확대, 공해확대 등을 수반한다는 일반적인 질적 모순을 우리가 어떻게 극복함으로써 개발계량이 서구사회의 모방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의 국민후생과 삶의 질을 확대 향상시키는데 직결될 수 있도록 하느냐를 4차 계획에서는 철저히 다뤄야할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주택 수나 병원 수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국민이 바라는 생활양식, 보람있는 삶과 경제사회의 질적 차원이 가장 접근할 수 있는 예상모형을 뜻한다. 종래와 같이 GNP가 일정수준에 도달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사회적 가치를 물량화하는 계획으로서가 아니라, 국민이 서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 질시하지 않고 믿고 존경하는 기풍이 충만한 사회를 건설하는 수단으로서의 계획이 될 수 있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요컨대 물량적인 계획에서 인간적인 계획의 차원으로 차원이 높아지는 계획을 국민은 바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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