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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도쿄 지점장 2명 10년간 5000억 불법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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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민은행 일본 도쿄지점의 대출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은 2007~2009년 도쿄지점장을 지냈던 김모(56) 전 지점장이 140억 엔의 불법대출에 관여한 혐의를 확인했다. 도쿄지점의 불법대출은 앞서 구속기소된 이모(57ㆍ2010~2013년 재직) 전 지점장과 더불어 모두 430억 엔, 이 기간 중 평균 환율로 계산하면 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김범기)는 5일 김 전 지점장과 도쿄지점 현지 채용직원인 양모 전 과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혐의로 조만간 불구속기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도쿄지점 직원들에게 76억 엔을 대출받고 수십억원대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특경가법상 증재)로 일본 정부에 범죄인인도를 청구한 대출업체 P사 대표 노모씨는 계속 수사키로 했다.

김 전 지점장은 이 전 지점장과 마찬가지로 현지 일본인과 재일한인 업체들에 가격을 부풀린 허위 부동산 매매계약서와 감정평가서를 근거로 1500억~1600억원 상당의 불법대출을 내줘 은행에 손실을 끼친 혐의다. 검찰은 김 전 지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검찰에 따르면 도쿄지점 전·후임 지점장들은 외국 현지 지점장들에게 주어진 전결권을 이용해 같은 부동산을 담보로 여러 차례 중복 대출을 했다. 한국 본점의 여신심사를 피하기 위해 여신한도에 맞춰 한국인 유학생이나 기업체 직원 등 30~40여 개 타인명의를 빌려 제3자 명의의 쪼개기 대출을 내줬다.

검찰은 이들이 일본에서 2금융권으로 분류되는 외국 은행들의 경우 대출액의 1~3%를 리베이트로 제공하는 관행을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지점장과 앞서 구속기소한 이 전 지점장, 안모(54) 전 부지점장 등에게 대출업체 관계자로부터 각각 수억~수십억원의 수상한 자금이 흘러간 정황을 확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지 업체 관계자를 직접 조사할 수 없어 리베이트의 실체를 밝히지 못했다.

이 전 지점장은 2004~2006년에도 지점장을 하며 불법대출을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지만 공소시효(7년)가 만료돼 확인하지 못했다. 별도로 금융감독원과 일본금융청은 특별검사 과정에서 4억5000만 엔(50여억원)가량의 일본 범죄조직 야쿠자 자금을 예치하고, 일부 대출자금이 국내 대부업체로 다시 흘러들어온 정황도 확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범죄혐의와는 관련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검찰은 이 전 지점장에게 9000만원의 리베이트를 건넨 대출업자 홍모(52)씨를 증재 혐의, 일본에 있는 노씨의 부탁을 받고 19차례에 걸쳐 1억6055만 엔(약 21억원)을 다이어리 등에 감춰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외국환관리법 위반)로 P사 감사 오모(47)씨를 불구속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ㆍ후임 지점장이 10년간이나 불법대출을 벌였지만 금융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도쿄지점장이 현지 직원을 채용하는 등 인사권과 함께 모든 전결권을 가져 발생한 범죄”라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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