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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산업혁명 이후 2백여년 동안 세계는 각국의 공업화정도를 가지고 그 나라의 부강을 가늠해 왔다.
한데 70년대에 접어들면서 여기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공업이라곤 가위 하나도 변변히 못 만드는 한심한 지경에 있으면서도 땅속에서 원유가 치솟으면 당장 세계 유수의 부국이 되어버린 것이다. 원유뿐만 아니라 고무·구리·양털 등 몇 가지 희귀 천연자원의 생산국도 비슷한 입장에 섰다. 요컨대 어느 국가의 부를 결정하는 요인은 공업화 외에 전략적 천연자원의 보유여부에 따라서 크게 좌우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속사정을 살펴보면 서로 다른 점이 발견된다.『겉볼안』이란 격언이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다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랍」산유국의 경우 외화수입이 많아서 서구의 부국들까지 모두 돈을 빌러 기웃거리는 형편이지만 국민들의 생활수준은 여전히 가난뱅이 대열에 처져있다.
이들 외부내빈형 국가들이 명실상부한 부국으로 일어서자면 수십 년의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국민들의 교육수준·기술습득·경영능력배양 등은 결코 하루아침에 개선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구 6천3백만인「나이지리아]의 경우, 74년도의 외화수입은 89억「달러」나 되었다.
그러나 국민의 3분의2가 아직 문맹이고 생산시설이나 숙련공은 거의 없는 상태이므로 막대한 외화를 공업화의 동력으로 삼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어쨌든 종래의 가난뱅이 나라에서 갑자기 원유졸부가 탄생하는 바람에 빈국들은 또 하나의 진통을 겪었다. 원유적자를 메우느라고 허덕거리다보니까 저절로 새로운 위계가 생겨난 것이다.
이것을 분류하면 ①외부내빈형 ②부국지향형 ③일루희망형 ④만신창이형의 넷으로 나뉘어 진다 (별표참조).
이 가운데 부국지향형은 국제수지 역조를 이미 극복하기 시작한 빈국으로서 전망이 밝은 개발도상국군이며 일루희망형은 무역적자의 개선전망이 약간 보이는 국가들이다.
그리고 만신창이형은 원래 저개발국에 속하던 국가로서 원유적자나 공산품가격의 폭등으로 인한 수입부담 때문에 거의 빈사상태에 빠진 나라를 가리킨다.
문제는 지금까지『제3세계』라는 정치적 부류로서 동질성이 부여되었던 국가 군이 경제적으로도 분극화현상을 일으켰다는 점에 있다.
60년대가 제3세계를 태풍의 눈으로 삼은 국제경치적 격동기였다면 제3세계의 이와 같은 성격변화는 앞으로의 세계정치전망과 관련,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할 것이다. <포춘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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