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진우의 저구마을 편지] 서투른 조개 잡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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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일 년에 두 번 바닷물이 아주 많이 빠지는 때가 있습니다. 그때에 맞춰 조개를 실컷 파고 맘껏 조개탕을 끓여 먹지요. 그 생각에 휘영청 밝은 달만 보아도 저절로 어깨춤이 나옵니다. 물때 맞추어 호미 쥐고 나서면 마음이 넉넉해진 사람들을 하나 둘 만나지요. 성질 급한 몇은 물도 안 나간 뻘밭에 벌써 나가 앉았습니다.

나이가 제일 어린 우리 내외는 조개 잡이도 제일 서툽니다. 눈이 어두워서 조개 잡이도 틀렸다는 할머니들이 한 소쿠리씩 조개를 파고 있는 동안, 우리는 열심히 얼굴에 뻘칠을 하고 있습니다. 삼년 째 하는 일이라 이력이 붙을 만도 한데, 여전히 서툴기만 합니다.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하나둘 뻘밭을 떠납니다. 조개를 더 파야 한다는 아내와 벌써부터 그만 가자고 칭얼거리는 남편만 남겨두고요. 남편은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워 물고 아내는 발목까지 물이 차오르도록 조개를 파고 있습니다. 오후 내내 몸을 부려 파낸 그 조개는 값으로 따질 수 없지요. 아내 눈에는 뽀얗게 우러난 조개탕을 맛나게 먹는 가족밖에 보이는 게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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