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침착한 수 VS 한가한 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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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본선 8강전>
○·스웨 9단 ●·박정환 9단

제11보(139~153)=지난주 상하이에서 벌어졌던 농심배 최종전은 정말 아쉬웠지요. 박정환의 멋진 3연승 우승을 기대했지만 중국의 마지막 주자 스웨에게 가로막히고 말았습니다. 박정환(21)과 스웨(23)는 앞으로도 계속 맞닥뜨려야 할 양국의 대표선수죠. 이제 그 긴 싸움의 1라운드가 끝났을 뿐입니다.

 박정환 9단의 139는 당연합니다. 백 대마가 중앙을 잡고 살아가면 흑은 그 대가를 귀에서 찾는 것이 예정된 스토리였으니까요. 한데 이때 스웨 9단이 둔 140이 묘한 파장을 불러옵니다. 첫눈에 스웨란 젊은이는 참 침착하구나 하는 느낌을 줍니다. 이런 곳이야말로 진정 큰 곳이로구나 하며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박정환이 141부터 일사천리로 좌변을 틀어막아버리자 분위기가 조금 이상해집니다. 140이 정말 큰 곳일까, 혹 한가한 수는 아닐까 하는 의심이 고개를 쳐드는 것이지요.

 국 후 검토에 참여한 박영훈 9단이 답을 내려줍니다. 140은 큰 수는 분명하지만 지금 국면에선 한가한 수였습니다. 오판이었지요. 정답은 ‘참고도’ 백1에 두는 수였습니다. 이곳이 진짜 큰 곳이었습니다. 흑2엔 3으로 받아둡니다. 흑은 물론 좌상 귀를 공격하겠지만 이 귀는 의외로 탄력이 풍부해 쉽게 잡히지 않습니다. ‘참고도’는 백이 할 만합니다. 실전은 흑이 단연 우세합니다. 백이 진다면 140이 패착이 될 것입니다.

 실패를 느낀 스웨는 150부터 수를 내려 하지만 박정환은 153까지 강경합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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