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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자동차로의 혁신, 대구가 이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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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의 지능형 자동차부품 시험장에서 차량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자동차와 부품이 가혹한 조건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시험한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낙동강변. 면소재지에서 경남 창녕으로 가는 길 오른쪽에 활주로 같은 아스팔트 도로가 눈에 띈다. 1.5㎞ 직선도로의 한쪽 끝에는 지름 20m에서 80m까지 9개의 원형 주행로가 있다. 국내 첫 ‘지능형교통체계(ITS) 기반 지능형 자동차부품 시험장’이다. 지능형 자동차는 정보기술(IT)을 이용한 첨단 차량을 말한다. 차선을 인식하고 장애물을 감지해 정지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차량이다. 이런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의 성능을 시험하는 곳이다.

 이 시험장이 다음 달 초 문을 연다. 39만4500㎡인 시험장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자동차부품 인증 항목 37종 중 34종을 시험하고 평가할 수 있다. 스페인·호주·미국 등지에 시험장이 있지만 10종 안팎에 지나지 않는다. 건립비로 국비 355억원, 대구시비 583억원, 민자 등 모두 975억원이 들었다.

 이곳이 첫손에 꼽는 시설은 ITS 기반 부품 테스트 주행로다. 4차로인 주행로에는 각종 무선신호장치가 설치돼 있다. 지능형 자동차부품이나 차량 제어용 첨단시스템을 장착한 차량과 신호를 주고 받으며 이들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교차로에서는 차량이 교차할 때 다른 차량을 인식하는지,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작동하는지 검사한다. 각종 시험 데이터는 관리동 3층에 설치된 통합관제실의 모니터로 전송돼 부품이나 시스템이 국제 기준에 적합한지 판단한다. 이 밖에 충격·진동 시험이 가능한 빨래판로·장파형로 등 울퉁불퉁한 시험로, 차량에 물이 들어오는지 테스트하는 수밀시험로 등을 갖추고 있다. 또 영하 40도와 영상 150도 상태에서 부품을 테스트하는 복합환경진동시험기 등 다양한 시험기기도 있다.

지능형 자동차부품 시험장 모습. 길이 1.8㎞, 폭 250m에 고속주회로와 각종 특수로를 갖추고 있다. [사진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파급 효과도 클 전망이다. 지금까지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수출용 자동차를 스페인·미국 등지에 보내 인증을 받아 왔다. 한 차례 검사에 평균 3억원가량 들었지만 이곳에선 평균 4000만∼5000만원에 가능하다. 인증 비용 절감액만 연간 수백억원에 이를 것이란 설명이다.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이선봉(계명대 교수) 원장은 “자동차 선진국 관계자도 깜짝 놀라는 시설”이라며 “한국의 지능형 자동차산업을 키우는 산실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험장은 이 원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지역 주력산업인 자동차 부품산업을 지능형 부품산업으로 바꿔 부가가치를 높이자는 의도에서였다. 대구·경북은 울산의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배후지역이다. 진흥원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 지역 1만94개 제조업체 중 자동차부품업체는 1187개로 전체의 11.8%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매출액 1조원 이상 업체가 8곳, 1000억원 이상 업체도 27개에 이른다. 이 업체들은 헤드램프·와이퍼·브레이크시스템 등의 부품을 현대·기아·한국지엠 등에 납품하는 것은 물론 벤츠·BMW·도요타 등 세계적인 자동차업체에 수출도 하고 있다. 2012년 매출액은 23조5800만원, 수출액은 3조900억원이다.

 대구시 홍석준 창조과학산업국장은 “시험장이 지능형 자동차부품산업을 키울 뿐 아니라 첨단 자동차부품의 수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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