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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 계산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며칠 전 우리 부부는 외국에서 오신 손님을 접대하려고 명동 R「호텔」의 음식점을 찾았다. 처음 사업상의 친구였던 그분은 어느덧 사업을 떠난 인간적인 면에서 국경을 넘은 순수한 친구로 되었던 것이다.
그 분의 이번 서울행에는 자기의 비서까지 동반했기에 우리는 처음 한국에 온 그 비서를 위해서 저녁을 산 것이다.
그곳은 술도 마는 곳이었던지 식사만을 하고있는 우리 방에도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한 아가씨가 계속 곁을 지키고 있었다. 아마 이곳의 「서비스」 방법인 모양이라 생각하면서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우리의 이야기에만 열을 올렸다. 드디어 계산서가 나왔다. 일류 「호텔」 이란 이름에 비해서는 음식의 맛이나 질이 불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요금은 예상보다 무척 비싼 것이었다. 보통 화식집에서의 거의 3배가되었다.
계산을 치른 후 계속 곁을 지켜준(?) 아가씨에게 답례로 약간의 돈을 지불했다. 이른바「팁」의 명목으로. 도대체 그 아가씨가 무얼 했기에 이걸 주는가 스스로 의심하면서.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아가씨는 잠깐동안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더니 돈을 낚아챔과 동시에 찬바람을 일으키며 홱 나가는 것이었다. 문이 채 닫히기도 전에 들리는 말 『이걸 주고있어!』 목멘 목소리. 나는 순간 즐겁게 먹은 식사가 역겨워지는 것 같았다. 그분들이 눈치챌세라 억지웃음으로 얼버무리면서 생각했다.
도대체 우리나라에 「팁」이란 단어가 언제부터 성행했으며, 「팁」의 의미로 얼마나 많은 돈을 다른 사람들은 뿌렸기에 내 성의가 이런 푸대접으로 돌아온단 말인가.
노력 없이 돈을 번 사람들의 허세에서 온 낭비덕분에 그렇지 않은 다수의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것 같다. <유다현(서울시 중구 초동156의8 한도 「빌딩」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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