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창업] 손발 척척…친구 같은 동업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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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고교 동창생인 이성재(29).이금수(29)씨는 지난해 10월 공동으로 대구시 동문동에 인라인 스케이트 전문점인 베스트라인의 가맹점을 열었다. 두 사람은 각각 벤처기업과 화재보험 회사에 몇 년간 일했지만 재미를 못 붙이고 창업으로 인생의 활로를 뚫기로 의기투합했다.

이성재씨는 "샐러리맨 생활에서 앞날의 비전을 발견할 수 없었다"며 "젊었을 때 고생을 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에서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창업 비용은 2억원. 주변에선 동업하면 망한다며 말렸지만 두 사람은 똑같이 1억원씩 댔다. 논리적이고 섬세한 성격의 이성재씨는 ▶매출 정리▶물건 구입▶재고 파악 등의 업무를 맡고 활동적인 성격의 이금수씨는 영업과 홍보 활동을 하기로 역할을 나눴다.

이성재씨는 "내가 못하는 부분을 파트너가 보완해 주기 때문에 창업 궁합이 맞는 편"이라며 "봄부터 인라인스케이트 사업이 성수기에 들어서기 때문에 요즘 가슴이 설렌다"고 돈을 버는 꿈에 젖어있다.

직장생활 초년생들이 동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동업은 점포 운영방식이나 수익분배 등을 놓고 다툼이 일어나기 쉬워 예부터 웬만하면 동업을 하려 들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생활이 짧은 20~30대 젊은층들의 동업엔 이유가 있다. 그들은 초기 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고 믿을 만한 사람과 일을 나눔으로써 사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퓨전치킨 전문점 BHC를 운영하는 최영진(35)씨와 손상현(32)씨는 일을 나누니 효율이 높아진다고 입을 모은다. 창업 초기엔 일이 서툴러 입씨름도 많이 했지만 업무 영역을 나눠 팀워크로 일한다.

이들은 일주일씩 주방과 배달일을 번갈아한다. 기름을 뒤집어쓰는 주방일을 한 사람이 도맡다 보니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장부 관리도 일주일씩 번갈아 한다. 돈 관리를 투명하게 하려는 것이다. 최씨는 종업원을 고용하는 것보다 믿을 만한 동료와 일하는 게 훨씬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박진홍(39)씨는 10년 동안 한 직장에서 일했던 동료 홍성찬(36)씨와 지난해 5월 닭날개 전문점 '윙스 스테이션'을 열었다. 두 사람은 제품 개발에서부터 ▶ 홍보 전략▶가게 디자인 제작▶재료 구입 등 세세한 부분까지 서로 의논해 결정한다.

박씨는 평소 마음을 터놓고 솔직한 대화를 나누면 문제점이 있어도 쉽게 풀 수 있다며,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보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동업이 깨지지 않으려면=전문가들은 함께 사업을 벌일 때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참여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한 쪽이 돈을 대고 다른 쪽이 능력이나 도와주는 방식은 깨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잘 모르는 사람과의 동업은 피해야 하지만 서로 안다는 이유만으로 '잘 해보자'며 기분 내듯이 시작하는 동업도 위험하다.

창업e닷컴 이인호 소장은 한 사람이 재무에 밝고 한 사람은 영업을 잘 안다거나 하는 식으로 서로 모자라는 부분을 메워줄 수 있다면 동업의 시너지 효과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업종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수익 구조가 불안정할 경우 분쟁의 소지가 커져 동업이 깨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음식점.주점업.PC방 등 근무 시간이 길고 고객이 자주 드나드는 사업은 일을 나눠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동업할 만한 업종으로 꼽힌다. 일단 동업을 시작한 후엔 동업자와의 협력관계를 잘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FC창업코리아 강병오 소장은 '거봐, 내 말이 맞잖아'라는 식의 말은 불신의 벽만 만들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동업을 하기 전에 따질 것을 미리 명확히 하는 것이 분쟁의 소지를 줄이는 길이다. 투자액과 수익금 배분 등은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선을 긋는 것이 좋다. 동업과 관련한 운영방식을 계약서를 만들어 공증을 받아 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동업을 시작하기 전에 ▶수익금 배분과 지분율▶추가 투자금 배분▶신규사업 진출 등 의사 결정▶위기사항 발생에 대한 책임소재 등 예상할 수 있는 분쟁 소지와 관련해 구체적인 합의를 먼저 하는 것이 동업을 오래 유지하는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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