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또 발사 … 한·미 떠보기 무력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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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이 3일 오전 6시9분 강원도 깃대령 미사일 발사장에서 스커드-C형으로 추정되는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지난달 21일 원산 인근에서 사거리 150여㎞의 300㎜ 방사포(다연장포·KN-09)와 27일 깃대령에서 사거리 200여㎞의 단거리 미사일을 쏜 데 이어 올 들어 세 번째 발사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은 항행 금지를 선포하지 않은 채 미사일을 쐈다”며 “이는 국제항행질서를 위반한 것이며 군사적 도발인 만큼 추가 도발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기간(지난달 20~25일) 중 미사일을 쏘고, 해군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는 등의 행동을 보이고 있는 배경 분석에 나섰다. 군 당국자는 “지난달 24일 시작된 한·미 연합훈련인 키 리졸브(KR) 연습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보인다”며 “비대칭 전력을 이용한 저강도 무력시위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정부를 향한 일종의 시위 성격도 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한국인 선교사 김정욱(51)씨 기자회견 이후 미사일을 쐈고 3일엔 미사일 발사 직후 호주 선교사 존 쇼트(75)를 석방했다. 주변 국가들의 주목을 끈 뒤 자신들의 메시지를 던지려는 포석이란 분석이다. 경남대 김근식(정외과) 교수는 “김씨와 케네스 배 등 한국과 미국 국민은 억류한 채 호주 국적자를 석방한 것은 모종의 메시지일 수 있다”며 “사거리를 연장하면서 발사를 이어 가는 것도 한국과 미국에 대화를 하든지 대결을 하든지 선택하라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특히 3일 중국 선양(瀋陽)에서 진행된 북·일 적십자회담을 앞두고 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놓고 일본을 압박하려는 차원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일본 이시카와현 와지마(輪島)시에서 400여㎞ 떨어진 동해상 공해에 떨어졌다. 인제대 진희관(통일학) 교수는 “경제 회복을 추진하고 있는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과거사 정리를 통한 경제 지원을 염두에 두고 서두르는 느낌”이라며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일본인 납북자, 북한 내 일본인 유골 반환 등 과거사 정리와 전후 보상금 지원을 극대화하기 위한 일종의 기선 제압용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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