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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크림반도 우크라이나군 오늘까지 항복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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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 주둔 중인 러시아 흑해함대가 반도에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최후통첩을 했다. 4일 오전 5시( 한국시간 4일 정오)까지 항복하지 않으면 전면적인 공격을 받게 될 것이란 내용이라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친러시아 군으로 추정되는 무장세력이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인근의 페레발노예 군 기지를 포위한 채 기지 외곽을 순찰하고 있다. [페레발노예 AP=뉴시스]
존 케리

‘우크라이나 속 러시아’로 불리는 크림반도를 사실상 장악한 러시아군이 ‘행동’에 들어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3일(현지시간) 러시아 흑해함대 사령관 명의로 크림반도에 있는 우크라이나군에 4일 오전 5시(한국시간 낮 12시)까지 항복하지 않으면 전면적인 공격을 받게 될 것이란 내용의 최후통첩을 받았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방송 등 외신들이 전했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이 1일에도 러시아군이 최후통첩을 했다고 말했었다. 당시 시한은 2일 오전 5시였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일각에선 “이들 위협은 우크라이나 내부를 동요케 하려는 신경전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크림반도의 긴장 수위는 더욱 올라간 상태다.

 지금까지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 주위를 에워싸고 경계만 했을 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진 않았었다.

 이런 가운데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러시아)군대가 계속 크림반도에 머물 것”이라고 말해 사태의 장기화를 예고했다.

크림반도엔 전날까지 4척의 군함이 세바스토폴 항에 도착한 것을 비롯, 전투헬기와 수송기 등 러시아 전력이 지난 주말 이후 추가 배치됐다. 이곳 우크라이나군 3500여 명 가운데 일부도 러시아에 투항했다.

 크림반도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국제사회의 맞대응도 가시화되고 있다. 존 케리(사진) 미국 국무장관은 러시아를 주요 8개국(G8) 모임에서 퇴출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케리 장관은 2일(현지시간) ABC·CBS·NBC 등 미 방송들과의 연쇄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제법을 계속 위반할 경우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제재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소치에서 열리는 ▶G8 정상회의 보이콧 ▶G8 퇴출 강구 ▶러시아에 대한 해외자산 동결 ▶비자 발급 금지 등을 제재수단으로 열거했다. 러시아의 군사 행동에 맞서 미국이 군사 개입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선 “그건 마지막 순간에 고려할 사항”이라며 “우선 외교적 수단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과도정부 지도부를 만날 예정이다. 과도정부를 지지한다는 의지 표현이다.

 백악관은 이날 오후 ‘G7 정상들의 성명’까지 발표했다. 백악관은 이 성명에서 “미국을 포함해 G7 국가들은 러시아가 1997년 우크라이나 관련 협정과 유엔헌장을 명백하게 위반했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며 “우리는 힘을 합쳐 이런 사태에 맞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평소 푸틴 대통령과 원만한 관계였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전화 통화로 러시아군의 파병에 대해 “국제법 위반”(메르켈), “완전히 적법한 것”(푸틴)으로 맞섰다. 그러나 사태 해결을 위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이끄는 진상조사기구 및 연락기구를 설치하자는 메르켈 총리의 제안을 푸틴 대통령이 수용했다. 중국 정도만이 러시아 편을 들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3일 전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양국의 견해가 개괄적인 수준에서 일치함을 확인했다”고 러시아 외무부가 밝혔다.

워싱턴·런던=박승희·고정애 특파원

워싱턴·런던=박승희·고정애 특파원

BBC "흑해 함대 최후통첩"
러 군함 4척 등 전력 추가 배치
케리 미 국무 오늘 키예프행
"러시아, G8에서 퇴출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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