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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은 약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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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인삼의 학명은 「파낙스」(panax)다.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 pan은 「보편적」, 「전체적」이라는 뜻이며 axos는 「치료」를 의미한다. 「만병통치」의 약이라는 뜻이다. 인삼이라는 한자어는 사람의 형태를 연상하고 지은 이름이다.
인삼은 원산지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된다. 고려인삼은 「파낙스·진셍」이라고 한다. 미국 인삼·일본 인삼·북미 인삼·인도 인삼 등도 있다.
인삼이 약으로 기록된 것은 약2천년전의 일이다. 중국의 전한 원제 시대(BC38∼33년께)에 사유의 『급취장』에 「삼」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후 AD217년 장중경이 지은 『상한졸병론』에는 벌써 약재로 소개되었다. 우리 나라 인삼이 「백제 인삼」 혹은 「고구려 인삼」으로 비교적 자세히 중국에 소개된 것은 538년 도홍경의 『신농본초경집주』에서 였다.
오늘날 「고려인삼」 이라는 이름은 『「코리아」의 인삼』이란 명칭이 역수입된 것이다. 「한국 인삼」이라고 하는 편이 더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우리 나라 인삼을 외국으로 수출한 최초의 기록은 통일신라시대에 볼 수 있다. 성덕왕이 당의 현종에게 인삼을 보냈었다. 한국에서 삼을 본격적으로 재배하고, 나라에서도 그것을 권장한 것은 영조 이후의 일이다. 이때는 이미 삼이 중요한 교역품의 하나로 외화 획득의 구실을 했다. 그전에는 주로 산삼에만 의존했었다.
인삼에 관한 생화학적인 연구는 1800년대에 접어들어서야 시작되었다. 그것도 동양인이 아닌 서양인에 의해 먼저 착수된 것이 재미있다. 「감성적 동양인」과 「실제적 서양인」의 차이라고나 할까. 동양인이 인삼의 약효에 감탄하고 있는 동안 서양인은 현미경을 통해 그 성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1840년 「라피네스코」라는 생화학자는 미국 인삼 속에서 「캠퍼」와 비슷한 물질을 찾아냈다고 외국에서는 현재까지 약 1백30여 년 동안에 5백여 편의 연구 논문이 발표되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지난 반세기 동안 약80편의, 논문이 제출되었다.
인삼에 대한 연구에서 성분 확인과 분리 등은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신비는 이것이다」는 인삼의 본질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많은 생화학자들은 2천여년의 약력이 바로 침묵의 신비를 실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약의 경우는 그 성쇠와 도태가 어느 경우보다도 빠르다.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작용이나 효능에 있어서 이상이 있으면 그 약은 금방 도태되고 만다.
최근 「프랑스」 정부는 인삼을 약으로 규정한 「나폴레옹」 시대의 조례를 적용, 수입을 규제하고 있다고 전한다. 수출입의 문제를 떠나 「유럽」이 인삼을 「현대의 약」속에 포함시킨 것은 획기적인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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