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구청관할다툼에 자리 잃은 육교 기공식 3개월…기초도 못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서울 마포·서대문구청 두 당국은 마포구 아현동 소의국교 앞에 초·중·고등학생과 시민들의 안전통행을 위한다고 착공한 보도육교 가설공사를 구청간의 관할싸움으로 착공지점을 세번씩이나 옮기는 바람에 기공식을 가진 뒤 3개월이 다 되도록 기초공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공사비와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
시민들은 『주민들의 복리증진에 앞서야할 서울시 당국이 사소한 구청간의 이해관계 때문에 공사를 미루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마포구청은 지난 2월6일 아주건설에 공사를 의뢰, 마포구 아현동386 소의 국민학교 앞 보도육교 가설 기공식을 가졌다. 완공 예정일은 5월31일.
이 보도육교는 길이 21m, 폭3.4m, 높이 4∼4.8m의 규모로 소요예산은 1천만원.
지난해 11월 서부역∼공덕동 「로터리」간의 만리동 고갯길이 확장되면서 각종 차량의 통통이 부쩍 늘어남에 따라 주위에 몰려있는 소의국교·환일중고·배문중고 등에 등하교하는 1만2천여명의 학생들과 만리동 시장을 오가는 주민들의 안전통행을 위해 세우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당초 계획했던 소의국민학교 앞 남쪽지점에 암석층이 깔려있어 공사를 중단, 서대문구와의 경계지점인 환일중·고교 입구에서 다시 착공했으나 서대문구청 당국이 『기공식은 마포구청에서 갖고 공사는 서대문구청 관할지역에서 한다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 이미 파놓은 구덩이를 메워버리자 공사는 다시 주춤했다. 게다가 주변 상인들이 『육교를 놓으면 육교주변상가들의 영업에 지장이 크므로 당초 계획대로 실시해줄 것』을 진정하자 마포구청은 기공식을 가진 뒤 2개월이 지나도록 착공지점을 3번씩이나 번복하며 착공조차 하지 못했다. 이를 보다못한 서울시 당국은 이번엔 환일중·고 입구에 T자형의 육교를 가설토록 지시, 4월초에 다시 착공했으나 서대문구청은 지난25일 『공사진행에 협조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마포구청에 발송, 관할권 싸움은 더욱 치열해가고 있다.
더구나 일부 상인들은 밤을 이용, 공사용 자재를 물구덩이에 처넣는 등 공사진행을 방해하고 있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실정.
환일고교 입구에서 복덕방을 경영하고 있는 이인권씨(60·마포구 아현동396)는『집 바로 앞에 육교교각이 세워져 불만이지만 관계당국의 일관성 있는 정책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 이무씨(43·광성당 시계포주인·서대문구 만리동 232의51)는 『당초 계획했던 자리에 착공했어야 주민들의 불평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주민 차주상씨(79·마포구 공덕동 38의47)는 『구청이 관할 싸움을 그만두고 시민의 복지를 위해 힘써야 한다』며 『육교를 한시바삐 가설해 차량홍수 속에 등하교하는 어린 학생들의 안전을 도모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태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