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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침 위협 논의만 할 땐 지났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인지사태 이후 우리 주변에서는 국가안보에 대한 경각심의 고조와 정비례하여 부질없는 불안감이 전례 없이 고취되어 왔다.
이러한 때에『국민이 굳게 단결 만하면 북괴의 도발을 두려워 할 이유가 추호도 없다』 는 박대통령의 자신에 찬 시국관 피력은 참으로 시의에 맞는 발언이다.
대통령의 자신에 넘친 목소리로 정부와 군을 믿어 달라는 호소는 대다수 국민의 불안감을 진정시키고 자칫 패배의식에 젖어 들려던 사회기풍을 바로잡는 역할을 하고도 남을 것이다.
실로 국민의 장경자강·처변불경 하는 자신감이야말로 국가안보의 원동력이 될 군·민의 사기진작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국민생활 전반에 걸쳐 활기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바탕인 것이다.
현대전은 흔히 총력전으로 불린다. 군사력 뿐 아니라 국민과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뜻이다. 더구나 공산주의자들과의 싸움에선 군사적인 싸움 못지 않게 군·민에 대한 정치전·심리전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안보에 대한 국민의 확고한 자신감이야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중요성을 지닌다. 다만 그 자신감은 허황된 자만 감이어서는 안 된다.
북괴의 의도와 능력에 대한 정확한 분석에 바탕을 둔 냉철한 경각심을 수반한 자신감이어야 하는 것이다.
휴전선 땅굴의 금년 중 완공 계획, 소위「인민경제 6개년 계획」의 조기 집행, 인지사태의 급변과 때를 같이한 김일성의 중공방문 등 최근의 일련의 움직임은 북한공산집단의 항 재적 적화통일목표에 비추어 당연히 우리의 주시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선 전쟁의 위협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논쟁은 본래부터 거의 무의미하다 할 수 있다. 전쟁이란 본질상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침략준비를 했다 가도 상대가 철통같은 대비를 하면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며, 전쟁 준비가 덜 됐더라도 상대가 허점을 보이면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는 것이다.
방심하면 당하고 단합하여 대비하면 저지할 수 있다. 저지뿐만 아니라 만일 오판에 의한 북괴의 도발이 있다면 그때야말로 그들 체제의 붕괴의 기회로도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한반도를 에워싼 미·중·소 3강간의 국제정치 역학적 질서는 북괴가 6·25때처럼 중-소의 직접지원에 의한 남침을 기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괴가 감히 우리에게 무모한 도발을 해 온다면, 대통령도 지적했듯이, 우리 60만 국군의 막강한 전투력과 국민들의 높은 반공의식, 그리고 전술핵무기로 무장한 주한미군을 위시한 한-미 상호방위 체제에 부닥쳐 그들은 자위를 극치 못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위협이 있다 없다 언 위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북괴가 남침야욕을 근본적으로 포기하도록 묵묵히 국력배양을 실천해야 할 때다.
국력이란 군사력이나 경제력 같은 물질적인 것과 아울러 또 이를 총합하고 뒷받침하는 국민들의 발랄한 정신력의 총체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선 기본적으로 사회전반의 안정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도 재론할 필요가 없다. 물·심이 조화된 국력의 요체라 할 탄력성 있는 정치, 활기에 찬 경제, 화락한 사회, 창의성 있는 문화활동은 안정의 산물인 동시에 그 바탕도 되는 것이다.
범국민적 봉화를 조성할 초당적 차원에서의 안보태세를 갖춤으로써 정치가치에 대한 공감 권이 확대되면 탄력성 있는 정치는 실현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정치 풍토 하에서야말로 국민각자는 저마다가 자신의 위치에서 안보를 위하여 공헌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게 되는 것이다.
탄력성 있고 조화 있는 사회기풍이야말로 경제에는 활기를, 문화에는 창의력을 불어넣는 기초가 되어 그것이 총체적 안보 역량의 증대에 직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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