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질없는 불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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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인지사상 및 김일성의 중공방문과 관련해 어느 때보다도 국가안보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된 상황이다.
적화통일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는 북괴와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선 안보태세에 관한 한 아무리 사소한 유루도 허용될 수 없다. 이러한 현실에선 우선 적의 의도와 능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 상대를 과소평가해서 방심을 키우는 일은 물론 엄 계해야 할 일이나 그렇다고 적을 과대평가 해 필요 이상의 불안이나 패배의식을 갖는다면 이 또한 엄 계해야 한다. 그러한 불안은 자칫 국가안보의 원동력이 될 국민의 사기와 경제·사회·문화활동 등 국민생활 전반에 지장을 줄 가능성마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남조선혁명」지원이든, 전면전도발이든,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화통일의 기회만 노리고 있는 북괴의 위협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조적이고 호전적인 북괴공산정권이 북에 존재하는 한 그것은 항 재 하는 숙명적인 위협인 것이다. 그러므로 문제는 군사력에 있어서는 물론, 경제력과 저 압력 등 모든 역량에 있어 우리가 그들에게 도발의 오산을 절대로 주지 않을 주체적인 안보태세를 갖추며 국제적으로는 동북아를 위 요한 국제정세의 역관계를 어떻게 안정의 방향으로 유지하느냐에 있다.
김일성은 중공방문중 대남 무력 도발에 대한 중공의 사전양해를 구했으리란 분석이 있었다. 사실 김일성이「남조선 혁명지원」운운의 방언을 서슴지 않았다는 사실과 인지에서의 공산 측의 승리라는「타이밍」에 비추어 한반도의 적화통일 문제가 깊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공이 북괴에 특별히 고무적인 언질을 주었다는 징조는 또한 벌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내외전문가들의 분석은 오히려 중공이『평화적』통일투쟁에 역점을 둔 반응을 보인 것 같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반도는 한국이 미국과, 북괴가 소련 및 중공과 각기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함으로써 3군사대국이 개입되어 있은 특수한 지역이다.
더우이 인지에서 후퇴를 겪은 미국은 한국·일본·구주와의 상호방위조약 이행에서 후퇴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다. 유사시 미국 개입의 담보라 할 수 있는 전투사단이 한국에는 4만여 명이나 주둔하고 있다. 아마 이러한 상태는 오는 90년까지도 계속되리라는 것이 미 국방성의 장기판단이라는 보도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공이 최소한 핵전쟁의 위험을 무릅쓴 김일성의 대남 전면전이나 대규모 「게릴라」전을 적극 지원하지 못하리라는 것은 논리적인 귀결이다. 그러한 상황은 소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김일성의 군사적 모험주의에 의한 단독 도발이 문제로 남는다.
그러나 북괴의 무모한 도발이 있다면 그때야말로 우리 60만 국군의 막강한 전투력과 높은 국민들의 반공의식, 그리고 전술핵무기로 무강한 주한미군을 포함한 한-미 상호방위 체제에 부닥쳐 스스로의 붕괴를 자초하고 말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방위역량은 우리뿐만 아니라 우방각국도 이구동성으로 편가하고 있는 터다.
그러므로 북괴의 도발을 막연히 겁내기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북괴의 도발을 이겨낼 우리 자체내의 안보태세를 갖추면 되는 것이다.
방심과 나태 또는 자신감을 잃은 패배주의의 팽배는 북괴의 도발을 유인하는 허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부질없는 불안이나 공포에서 벗어나 사회전반의 안정을 회복해야 할 때다.
여-야간 봉화의 정치, 활기에 찬 경제, 화락한 사회, 창의성 있는 문화는 안정의 바탕이며 또한 그 산물이다. 북의 위협을 오히려 이 사회의 안정을 통해 극복하려는 지혜가 우리 모두에게 지금처럼 절실한 때는 일직이 없었다 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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